지철근 < 호서대 교수 / 전기공학 >

올해부터 WTO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개방되기
시작한 국내 조명시장은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국내 조명산업이 선진사 제품에 비해 기술및 품질면에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지탱되어올수 있었던것은 정부의 관세정책및
국내산업의 보호정책과 더불어 비교적 우위에 있는 가격 경쟁력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UR의 타결로 관세가 일부 인하될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다
국내 소비자의 생활수준 향상으로 저품질 저가제품보다는 고품질
고품위 제품으로 소비행태가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가격경쟁력의 의미도 퇴색하고 있어 고전을 면치 못할것으로
우려된다.

산업구조면에서도 선진국의 경우 조명산업이 막강한 자본력과 100여년간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 왔다.

유럽의 오슬람 필립스,미국의 GE등 세계의 빅3가 세계 조명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의 조명산업은 여타 전자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몇몇의 중견기업을
제외하고는 300여개의 영세기업으로 구성되어 있어 자본및 기술력의
열세로 적극적인 설비투자나 신기술 개발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따라서 선진제품들의 복제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제품의 품위및 품질면
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고 고부가가치제품 시장에서는 더욱 심각한
상태이다.

국내의 조명산업이 시장규모면에서 93년을 기준으로 볼때 연간
3,700억원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이와같이 산업구조의
영세성으로 말미암아 제품경쟁력이 뒤져 선진제품의 시장잠식이
심화되고 있으며 그 점유율이 105%를 상회하고 있다.

더구나 필립스,오슬람이나 GE의 경우 국내에 생산공장을 갖추고있어
기술력및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설확충을 통한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수입선 다변화 품목으로 규제되어 일본및 동남아시장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일본제품의 수입을 어느정도 견제할 수
있었으나 이마저 UR타결로 규제의 명목이 없어져 국내시장으로 밀려들어
올것이 확실시돼 국내조명산업이 받을 타격은 매우 심각하다.

따라서 국내 조명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진업체들에 더 이상
시장을 잠식당하기 전에 하루 빨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국내 조명산업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되고 있는 자본의
영세성과 기술개발의 낙후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대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여 기존의 중소기업들과의 긴밀한 상호협조체제를
구축해야할 시점이다.

대기업으로 하여금 대규모 설비투자및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촉진시킴으로써 기술수준을 진일보시켜야 한다.

또한 기존의 중소기업과는 업종전문화및 기술협력을 통하여 개개기업의
기술경쟁력을 확보토록 하고 고부가가치 제품중심으로 생산체제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조명시장 규모가 8조원을 넘어서 10조원을
바라보고 있는데 국내 조명산업 시장규모도 국민소득 증가속도를
볼때 1조원을 넘는 것은 먼 미래가 아니다.

따라서 고품위 하이테크제품 개발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어야만 밀려들어오는 선진업체들의 첨단 조명기기에 대해 경쟁력을
갖출수 있고 국내 조명산업 존립기반도 확보할수 있다.

이제는 품질과 기술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않고서 단순히 국민감정에
국산품 애용을 호소할 단계는 지났으며 국내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서는 국제경쟁력운운할 처지는 더욱 못된다.

조명산업의 세계시장 규모롤 살펴보면 93년의 경우 400억달러에 달하는
거대한 시장인 반면 세계 조명업계의 빅3 몇몇 대기업이 65%를 점하고
있고 일본 메이커들이 일본및 동남아 시장을 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도 이제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국내시장에서만 안주하지 말고
기술개발및 산업구조 체질강화를 통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될때 세계 조명업계에 참여할수 있고 세계 유수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할수 있음은 물론 무역수지 개선에도 앞장설수 있는
수출 전략산업으로 성장 발전할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