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공장을 새로 짓거나 혹은 확장할때 겪는 어려움가운데 가장
큰것 두가지만을 꼽으라고 하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물론 돈이 있어야 하는건 어려움이전의 문제니까 접어두고 그밖에
다른걸 말하라는건데 대답은 아마 첫째,공장지을 땅을 구하기 힘들다는
것과,둘째,번거롭고 까다로운 행정규제때문에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내용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불평은 언제부터인지 모를만큼 오래된 것으로서 기업들이
수없이 해결을 호소해왔고 정부는 기회있을 때마다 개선을 약속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도 변한게 없다.

최근 대한상의의 한 보고서가 정부의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공장설립에
인허가에서 등록까지 평균 30개월 이상이 소요되고 민간의 공단개발에
어려움이 많다고한 점등은 바로 그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하겠다.

공단개발은 공장부지확보의 한 방법일뿐 많은 기업들은 독자적으로
공장용,혹은 기타 업무용 부동산(토지)을 상당한 기간에 걸쳐 미리
확보하는 경향이다.

이 경우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요구하기 때문에 임직원및 친인척명의의신탁
방법이 오랜 관행과 제도로 이용되어왔는데 이것이 정부가 추진중인
부동산실명제 도입과 관련해서 지금 큰 쟁점으로 부각되기에 이른
것은 이미 다 아는 일이다.

이에관한 정부의 입장은 지난 9일 홍재형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의
실명제발표에서나 얼마뒤 공개된 실명제 법률시안에서 한결같이
일정기간 예외를 허용하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단지 기간의 장단이었다.

정부는 가급적 그 기간을 짧게,기업측은 길게 정했으면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20일 청와대에서 있은 관계부처차관회의에서 기업의
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일정기간 제한적으로 명의신탁을 허용해 주려던
이같은 당초 방침을 뒤집어 이를 허용치 않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는 이것이 아직은 정부의 최종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며 앞으로
보다 면밀한 연구검토와 여론수렴과정을 거쳐 다시 수정될 여지가
있다고 믿는다.

다만 이 기회에 분명히 하고픈 점은 기업부동산 취득에는 일정기간
예외가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예외란 없을 수록,적을 수록 좋다.

그러나 예외가 없는 법률은 없다.

이상과 현실,이론과 실제간의 괴리를 극복하고 법과 입법취지의
효과적인 실현을 위해 예외가 필요조건이 되곤한다.

부동산실명제 입법과 관련한 기업부동산의 예외인정도 바로 그런
경우이다.

예외를 허용하지 않을수 없는 현실적 문제들이 해소될 때까지 일단
잠정적으로 예외규정을 시행하는 방안도 있다.

뭐든 단번에 이루려는 조급함은 일을 그르칠 위험이 많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