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혁신의 지름길은 분명하게 제시할수 있다.

한국에서만 볼수 있는 기현상만 청산하면 된다.

창조적이기 보다는 수구적이고 사회에 대한 기여보다는 속물적 출세를
우선하고 있는 사회분위기가 바로 그것이다.

그 원인은 신라 대학제도이래의 전통인 지식인의 시대착오적인 감투의식과
관료적 사고에 있다.

교수는 기회만 있으면 정부의 고위직에 들어가려는 것이 예사이고
오히려 그렇게 된 사람을 출세했다며 부러워 하는 풍조마저 있다.

이나라 최고의 서울대 총장선거를 둘러싸고 니전투구의 양상이
보도된바 있었다.

이전에 총장선거를 치른 대학은 예외없이 파벌간의 시기심 갈등으로
적지않은 후유증을 앓고 있으며 앞으로도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최근 사립 명문대학인 모대학에서는 총장의 국적문제를 갖고 직무집행을
정지해야 한다는 소송이 일어났다.

이는 선거전의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보여주는 좋은 보기이다.

대학 총장직을 두고 법정 소송까지 제기하는 무리들이 어찌 총장을
스스로 선출하겠다는 것인지.이같은 현상은 세계에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일들이다.

총장이 자기파에서 선출되면 학장 과장의 대소보직,때로는 연구비
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때문에 선거를 계기로 지연.학연을 중심으로
각종 파벌이 형성되는 것이다.

교수협의회도 대학행정 당국에 대한 반대세력으로서 정치적 영향을
발휘한다.

총장파가 여당이라면 교수협의회는 야당이 되는 구조이다.

모두가 염불(연구)보다는 젯밥(감투)에 관심이 많은것 같다.

여기에 한몫하는 것이 교수의 구성요소이다.

한국대학 교수는 주로 졸업생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왔다.

심지어는 교수의 95%이상이 그 대학의 졸업생으로 구성된 곳도 있다.

명문대학이 솔선해서 그 모양이니 기타 대학에서는 말할나위도 없다.

고루한 자대학 졸업생 중심의 파벌의식이 애교심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최근 각 대학마다 마지못해 교수채용공고를 한다.

하지만 실상은 대부분이 형식일뿐,채용기준도 애매하고 결과적으로
파벌중심의 인간관계로 낙착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각 대학마다 동창회가 있다.

여기서도 진정 대학을 위하고 도움을 주는 사람의 목소리는 낮고,오히려
그것을 이용하려는 사람의 큰 목소리가 들리는 현실이다.

학생회와 학교당국은 연중행사처럼 납부금협상을 한다.

"공과금을 내려 효도하자"라는 구호까지 등장한다.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대한 관심보다는 집단이기주의가 일방통행한다.

대학의 진면목은 진지한 지적분위기의 조성에 있으며 선의의 경쟁이
권장되어야 한다.

근친결혼을 피하는 것과같은 이유로서 본교 출신자를 되도록이면
억제하는 것이 선진대학의 상식이다.

하지만 실상은 형식 간판 감투싸움으로 시기.갈등구조의 연속이다.

세를 다투는 일에 관해서는 정치판이나 깡패집단과 다를것이 없는
것이다.

대학에는 아무도 지적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있다.

"시간강사"라는 교육노예제도이다.

시간강사라고는 하지만 대부분이 전임교수와 다름없는 자격의 소유자이며,그
가운데에는 최근 외국에서 학위까지 받아온 유능한 학자도 있다.

다만 줄이 제대로 닫지 않아 전임되지 못한 것이다.

대학마다 시간강사의 의존도는 다르지만 30%를 초과하는 곳도 있다.

시간강사는 연금 보험의 혜택은 물론,언제라도 해고당할 위기에
있는 약자이다.

전임교수의 눈에 빗나가면 하루 아침에 해고당하고 마는 것이다.

그들은 전전긍긍하며 온갖 불리한 조건에서 숨을 죽이며 지낸다.

분명한 착취이며 인권유린이다.

이로인해 야기되는 각종 갈등은 대학의 지적 분위기를 크게 손상시킨다.

대학의 진면목은 오직 연구와 교육을 위한 지적 분위기만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상과같은 악폐가 서로 얽혀 있는한 대학의 세계화는 이룰수 없다.

대학 혁신을 이루기위해 우선 연구실적이 승진.채용등에 적극 반영되어야
한다.

실력있는 교수의 봉급은 총장보다 많아야 한다(실제로 외국에서는
그렇다).대학 총장은 타교에서 모셔온다.

선거로 뽑힌 총장은 이미 방울단 고양이 신세이며 쥐의 눈치를 보는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총장직은 행정능력을 중시해야 하며,연구를 중시하는 일반교수와는
엄연히 다르다.

다음 자대학 출신자는 일단 다른 대학을 거쳐야만 임명되도록 하고
시간강사제를 철폐,계약제강사(교수)를 일반화 한다.

끝으로 대학의 수준은 재정과 직결되어 있다.

이 현실을 감안하여 기부금 입학제를 적극 검토해야한다.

속은 다 썩었으면서도 명분만 내세워 얻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