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철/이봉후 특파원 ]]]

<>.지금 고베는 항구가 아니다.

항만을 기반으로 대도시로 성장한 고베의 부두와 컨테이너하역시설은
이번의 대지진으로 완전히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항만의 용량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건설한 로코(육갑)아일랜드와
포트아일랜드등 인공섬,그곳의 항만시설마저 크게 파손돼 도시
전체의 항구기능이 완전히 상실됐다.

고속도로와 철도의 붕괴로 육상물유가 차단된데다 해상물유마저
끊어져 고베는 주요상품의 반출입이 거의 불가능한 고립무원의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 건설된 인공섬으로 고베의 명물이라 불렸던 로코아일랜드의
부두 상황은 한마디로 엉망진창이다.

컨테이너하역장은 해안에서 3~5m 떨어진 지역에서부터 함몰해 깊이
1~3m,넓이 10~30m씩 땅속으로 꺼져있다.

함몰되지 않은 지역 역시 아스팔트바닥이 거북이등 모양으로 심하게
갈라져 있다.

갈라진 지역에는 정차해두었던 트럭이 함께 떨어져 있고 컨테이너도
방치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또 이곳에 바닷물이 스며들어 몇백m에 이르는 운하의 모양을 형성하기도
했다.

해안에 접한 부분만이 함몰되지 않은 것은 배를 쉽게 정박하도록
두꺼운 콘크리트로 해안벽을 구축한 것이 받침대역할을 한 때문인듯.
로코아일랜드 부두에는 20여척에 이르는 선박들이 정박할수 있으나
현재 접안해 있는 선박은 전무한 실정. 항공화물터미널의 하역장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곳에는 21일현재 2척의 소형 화물선이 정박해 있으나 주변시설이
모두 함몰돼 발이 꽁꽁 묶인 상태다.

항공화물터미널 건물자체는 피해를 입지않았으나 주변지역은 땅이
30 ~1m가량씩이나 꺼진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뿐만아니라 고베시내와 로코아일랜드를 이어주는 고가 모노레일도
일부분이 10m이상아래 땅바닥으로 떨어져 운행이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다.

로코아일랜드와 고베시내를 연결하는 두개의 도로중 오사카방면으로
연결되는 해안도로는 완전히 파손돼 통행이 금지됐다.

나머지 도로도 대부분 파손돼 1차선만 통행이 허용 되고있으나 노선버스가
없어 자가용 외에는 통행수단이 없는 실정이다.

로코아일랜드와 함께 또하나의 명물로 꼽히는 최초의 인공섬 포트아일랜드
역시 똑같은 상황이다.

30여척이 정박할수 있는 시설이 갖춰진 부두를 따라 해안선에서
3m정도 안쪽에서부터 1~3m씩 지반이 함몰돼 있다.

현재 고베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취급하고 있는 포트아일랜드는
섬전체를 컨테이너가 가득 메운듯한 인상이지만 해안에 근접한 지역의
경우는 컨테이너가 무더기로 쓰러져 있다.

이곳에는 수입위스키를 보관하고있던 미쓰비시냉장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타고 남은 잔해도 남아있다.

포트아일랜드역시 육지와 모노레일로 연결돼 있지만 이곳역시 운행이
불가능하기는 마찬가지.

<>.마야지역에 위치한 컨테이너 전용부두역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다.

아스팔트바닥이 패고 갈라져 깊이2~3m에 이르는 곳도 적지않다.

컨테이너는 곳곳에서 뒤집혀 있으며 갈곳을 찾지못한채 쌓여 있는
컨테이너 중에는 "현대""조양"등 한국회사의 이름을 단 것들도 적지않아
이번의 지진으로 한국회사들도 물량수송에서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