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목말라하고 있다.

주가가 바닥이 어딘지도 모르고 연일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 줄 생수를 애타게 기다리는 심정일 것이다.

때문에 24일 주식시장은 12시에 있을 홍재형재경원부총리의 외신기자클
럽연설에 잔뜩 기대를 싣는 분위기였다.

종합주가지수가 18포인트이상 밀렸다가 6포인트가까이 회복됐던 것은
이같은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었다.

그러나 홍부총리의 연설내용이 전해지자마자 주식시장은 주가의
곤두박질로 실망의 뜻을 분명히 표현했다.

외수펀드를 통한 외국인들의 채권투자를 상반기중에 허용하겠다는
홍장관의 연설내용은 증시와 무관해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 투자자입장에서 보면 최근의 주가폭락을 초래한 원인은 정부가
제공한 것이다.

주가폭락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수급불균형문제나 자금압박등은
정부가 올해 증시공급물량을 33조원대로 추정하고 긴축정책방침을 밝힌
것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가폭락에는 정부의 책임이 압도적으로 크다.

주식시장이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는 것도 정부의 책임감표현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책임자인 홍장관은 이날 이러한 시장의 기대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식의 선문답을 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주 주가폭락기미가 보이자 한국통신의 상장연기등 공급물량
조정의향을 비췄다.

이어 통화공급도 신축적으로 운영하겠다면서 자금압박요인을 완화하겠
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주들어서는 다시 통화긴축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함
으로써 갈팡질팡하는 정책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증시의 혼란만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정책의 선택에는 시기가 있다.실기를 하면 그만큼 비용도 불어난다.

정부가 언제까지 주가폭락을 방치할 지 근심거리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