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가공업계의 최대위기"

제일제당 롯데햄.롯데우유 진주햄등 육가공업체들은 올해를 이같이 보고
있다.

단순히 "경영난"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주변여건이 너무 좋지 않다는게
업계관계자들의 얘기다.

육가공업계의 이같은 암울한 전망은 원료가격과 완제품가격 시장상황등
영업여건이 업계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기 때문.

제품생산원가의 60%를 차지하는 돼지고기 닭고기등 원료가격은 92년이후
계속 오르고 있다.

94년 육가공업계의 돼지평균매입가격은 생체기준으로 kg당 1천5백55원.

지난 93년(1천4백17원)보다 9.7% 올랐다.

제일제당 롯데햄.롯데우유 진주햄등 3사가 육가공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지난해 사들인 돼지는 1백kg 기준으로 모두 70여만마리였다.

이들 3사가 돼지값으로 96억6천만원(1kg당 가격상승분 1백38원 x 7천만 )을
추가부담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닭고기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93년 kg당 1천7백24원에서 지난해 2천1백60원으로 올랐다.

육가공3사가 지난해 매입한 닭고기는 제일제당과 롯데햄.롯데우유가 각각
7천여t, 진주햄이 3천여t수준이었다.

가격상승 탓으로 74억원을 더 지출한 셈이다.

물류비와 인건비 포장비등도 크게 올랐다.

성수대교붕괴와 교량보수등으로 교통체증이 심화된데다 임금이 계속
상승, 93년보다 평균 10%정도 높아졌다.

제품원가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이 상승세를 탔다.

반면 육가공 완제품가격은 90년이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육가공업체들의 경쟁때문에 제품값이 매년 1,2%씩 내렸다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한다.

시장상황도 좋지 않다.

시장개방으로 외국산 육가공완제품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식생활패턴도 국민생활수준 향상으로 가공육보다는 생육쪽으로 바뀌고
있다.

매년 20~30%의 고속성장을 기록하던 육가공업계 매출액이 93년부터
마이너스성장으로 돌아섰다.

"현재상황에서는 뾰족한 수가 없습니다. 돼지 닭등 원료가격은 치솟고
있는데 원가상승분을 흡수할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요. 인건비 물류비가
치솟고 매출액마저 감소추세를 보이니 적자를 볼수밖에요"(진주햄 곽정하
영업담당이사)

제일제당 롯데햄.롯데우유 진주햄등 3사의 육가공분야 적자는 모두 합해
2백여억원.

육가공시장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이들 3사 매출 3천5백여억원의 6%수준
이다.

문제는 이같은 상황이 올들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데 있다.

돼지고기의 연중 평균가격의 80%수준에서 형성된다는 1월중 가격이 이미
1천5백50원을 넘어섰다.

올해 돼지값은 지난해보다 10%정도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여름 폭염으로 돼지접부가 부진했던 여파가 오는5월부터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돼지값폭등마저 우려되고 있다.

물류비 인건비 역시 올들어 상승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육가공업체들이 손놓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3사 모두 직원수와 경비를
20%가까이 줄였지요. 손실폭을 좁히기 위해 공장폐쇄마저 검토했습니다.
생산원가 상승세가 올해도 계속될 경우 문닫는 회사마저 생길 겁니다"(제일
제당 하대중 육가공냉동기획실장)

물론 육가공업체들이 이같은 상황을 맞게된 데는 업계책임도 적지 않다.

수입개방과 소비패턴변화로 육가공시장이 침체기로 돌아서기 직전인
92년 제일제당은 하루30t을 생산할수 있는 부산공장을 신설했다.

롯데햄.롯데우유 역시 지난해초부터 하루 25t생산규모의 김천공장 가동에
들어갔다.

이들 공장의 가동률이 40%수준을 맴돌고 있으니 적자폭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시장전망에 대한 잘못된 예측과 이에따른 경쟁적 시설확대가 원료값상승
등과 맞물리면서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다.

< 현승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