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기업집단의 소유분산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4일 발표한 공정거래법 시행령개정안의
골자는 소유분산이 잘 되어 있고 재무구조가 좋은 기업집단의 경우
상호출자및 출자총액제한,계열사 채무보증제한 등 각종 규제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지난 2~3년동안 우리정부가 굵직굵직한 경제정책을 기획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마찰과 혼선을 빚은 일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배경에는 경제력 집중의 완화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과 시각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업종전문화,상호 출자및 보증제한,사회간접자본투자의 경우 출자제한완화
등을 둘러싼 논란이 그 예이다.

이번 개정안은 정책목표인 소유분산문제를 정면으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우리의 경우 생산집중이나 사업다각화 문제보다는 소유분산이 경제력집중완
화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한 과거처럼 규제일변도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규제완화라는 동기부여를
통해 소유분산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할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집단의 소유분산문제는 사안이 민감하고 심각한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특히 다음의 몇가지 점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있어야겠다.

첫째는 눈앞에 닥친 21세기를 앞두고 생산활동의 주체인 기업의
소유관계에 대한 우리사회의 합의( consensus )가 있어야 겠다는
점이다.

나라마다 독특한 문화적 역사적 배경에 따라 기업 또는 기업집단의
소유관계는 다양한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경제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미래의 비전을 담은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합의없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인 기업의
소유관계가 정부에 의해 일방적으로 재단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린다면 기업의 꾸준한 성장발전은 기대할수 없다.

다음은 자본시장을 포함한 우리경제의 개방이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 동일인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8%미만,내부지분율 15%미만이라는
소유분산 우량업체의 판단기준이 합리적인지 검토되어야 한다.

선진국과는 달리 자본시장의 발달정도가 낮고 비우호적인 기업인수
공세에 대한 대응능력이 크게 부족한 우리현실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은 자칫 위장분산등을 유발하기 쉽기 때문이다.

끝으로 상속세및 증여세의 엄정한 과세,기업회계의 정비,증시육성등의
여건조성이 중요하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지분의 위장분산에 대한 단속도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는 소유집중을 통한 이익보다 위험부담을 크게 하는 것이 소유분산을
유도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