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계열분리발표에 따라 현대그룹에 대한 유무형의 금융제재
조치도 자연스럽게 해금의 수순을 밝게될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에 대한 "제재"는 약 2년여간 계속돼오다 작년에 일부가
풀렸다.

현지금융과 차관단대출(신디케이션 론),주거래은행의 해외지급보증,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및 장외등록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산업은행의 설비자금공급과 현대중공업.엘리베이터.상선등의
공개,현대자동차의 해외증권 발행(1억5천만달러 신청)등은 여전히
미루어지고 있다.

외형적인 제재근거는 "신청이 없었거나 현대측이 철회했기 때문"이라는
것.하지만 이번 발표로 이들 사안은 단계적으로라도 해결될듯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이와관련,재정경제원 고위당국자는 25일 "현대그룹의 계열사분리로
그동안 서먹서먹했던 정부와 현대그룹과의 관계가 호전되지 않겠느냐"며
"기업이 스스로 변화를 추구하는 만큼 가능하면 도움을 주는게 바람직하다"
고 말해 해금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산업은행의 설비자금공급은 현대가 신청할 경우 곧 재개될
수 있을 것이나 계열사의 공개와 현대자동차의 해외증권발행은 증시여건과
해외자금유입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다소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현재 증시상황이 좋지 않아 물량공급을 가능한한 줄인다는게
정부 방침"이라며 "제재차원이 아니라 증시여건문제로 현대중공업등
물량규모가 큰 기업의 기업공개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청와대고위관계자는 25일 현대그룹의 계열분리와 관련,"세계화시대에
걸맞는 적절한 조치"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현대그룹에 대한 금융제재조치가
조만간 해제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관계자는 그러나 제재조치해제여부는 전적으로 재경원과 통산부에서
알아서 할일이라고 말하고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했다.

이관계자는 현대그룹의 계열분리를 발표 이전에 알고 있어 사전에
현대그룹과 정부간에 교감이 있었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편 또 다른 청와대관계자는 현대그룹이 계열을 분리한다고해도
상호출자,지급보증문제등을 정리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하고 실질적인 계열분리가 이뤄지느냐 여부는 좀더 두고봐야
알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고위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그룹 기획조정실을 통해
선단식경영을 한것에 대해 비판이 많았다"고 전제하고 "정부가 계열분리를
강요하지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스스로 판단해서 실천한 매우 바람직스런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또 "현대측에 그동안 가해졌던 유무형의 규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말해 "현대해금" 가능성을 내비췄다.

이 관계자는 현대가 특히 내부지분율이 높아 소유집중도가 유독
심했다고 말하고 상장 공개절차를 거쳐 개인이 좌지우지 하지 않는
기업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홍재형부총리는 "금융제재를 한적도 없는데 따로 풀어줄게
있느냐"고 말해 묘한 여운을 남겼다.

관계자들은 이를 "적어도 금융제재가 더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볼수있다"고 해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현대의 계열분리는 친족간 분리지만
장기적으로는 독립경영의 기틀을 갖출것으로 판단한다고 평했다.

그러나 분리의 내용은 엄밀히 검토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

이 관계자는 공정법상 계열분리요건은 1대주주및 친인척지분이
1%미만이고 상호간에 내부지분율이 3%를 밑돌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임원임명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이 증명돼야하고 채무보증
자금대차 매출관계가 통상적인 거래관계를 벗어나면 현대가 계열분리를
선언했더라도 법적으로는 인정할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세계가 삼성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를 선언했지만
아직 법적요건을 갖추지 못해 여전히 삼성그룹으로 분류된다는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있는 산업은행은 현대그룹에
대한 신규대출재개가 은행측에도 유리하다는게 내부입장이지만 정부측에서
가시화된 조처가 나오기 전에는 섣불리 대출을 재개할수 없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그래서 정부의 의사를 확인하는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분리에 대한 정부태도에 대해
감을 잡지못하고 있어 섣불리 대출재개여부를 논할 단계가 아니며
해외증권발행등 다른쪽의 가시적인 조처를 봐야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현대그룹에 우량기업체가 많은데다 다른 우량업체들은 해외증권
발행 등으로 자금사정이 넉넉하기 때문에 정부의 현대그룹에 대한 제재
해제의사가 확인된다면 대출을 즉각 재개하는데에는 별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 김성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