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주식공급물량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27일 오후 4시께였다.

5백개의 하한가 종목이 쏟아지는 폭락장세가 나타나는 와중이었던 만큼
정부도 최근의 증시폭락을 예사롭게 보고 있지 않음을 반증한 것이라고
할수 있다.

주식수요를 무시한 일방적인 공급계획이 무리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했다
고도 하겠다.

적어도 3조3천억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주식공급을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것인 만큼 증시안정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날 재경원 당국자가 밝힌 내용중 가장 주목을 끌고있는 부분은 이미
공고까지 나간 국민은행 주식의 매각규모를 축소하거나 매각자체를 연기
하겠다는 점이다.

정부는 국민은행주식2천7백72만주(지분율 47.6%,액면가액 1천3백86억원)를
오는 2월9,10일 2일간 국민은행 창구에서 매각한다고 이미 신문에 공고한
바 있다.

신문에 공고까지 했던 일을 취소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부로서도 다급했다는 얘기다.

증권계는 국민은행의 매각규모축소나 연기는 증시상장 주가를 고려하면
적어도 5천억원을 증시에 머물러 있게 하는 효과를 올릴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4분기중 금융기관 증자를 3천억~5천억원 수준으로 축소하겠다는 점도
주목을 끄는 대목이다.

금융기관들은 당초 2.4분기중 총액 1조6천억원의 증자를 추진해 왔지만
일단 무기연기된 만큼 증자에 따른 물량과다와 신주인수에 따르는 자금부담
양쪽에서 그만큼 증시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대금액은 1조2천억원이상이다.

1.4분기중에 총액 5천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키로한 외환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 이미 연초 증시개장일을 기준으로 권리락이 실시되었기 때문에 연기나
조정이 불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외에도 한국통신주식의 매각과 상장을 모두 연말께로 연기하기로
했다.

지난해 증시에도 치명타를 가했던 한국통신주식이었던 만큼 주식투자자들의
불안심리 해소에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주택은행의 공개는 아예 내년이후로 연기하겠다는 것도 이날 정부의 증시
대책에 포함됐다.

이날 재경원관계자는 "폭락세를 보이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수급불안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감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혀
정부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증시안정대책을 마련해 내주중 공식발표할
계획이다.

< 정규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