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실명제 입법을 서두르는 당국의 태도에 아무래도 불안을 감추기
어렵다.

무엇보다 그런 중요한 제도의 도입을 너무 단시일에 해치우려는 조급성과
응징/처벌 위주의 사고방식이 마음 안놓인다.

그러다가 법리의 일탈로 처음부터 위헌소지를 안고 출발하지 않을까도
우려된다.

일반적으로 경제입법에서 존중할 대원칙은 소유권 절대와 계약자유 원칙
이다.

근대 사법의 근간인 이 원칙들이 존중되지 않았더라면 자본주의의 발흥과
오늘날의 경제번영은 없었을 것이다.

물론 복지국가적 요청으로 이들 원칙에 많은 제한이 수용되어 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소유권 본질은 자유주의 정치 경제에서 제한돼선 안된다.

27일자로 입법예고된 법안은 부동산거래의 정상화와 가격의 안정을 통한
국민경제의 발전 도모를 법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본문 각조에는 마치 부동산 소유권이 이법에 의해 부여되고 박탈
되는 초헌법성이 담긴 듯이 보인다.

이러한 오류는 부동산 소유권의 본질과 등기를 혼동한데에 기인한다고
본다.

동법안 3조는 3년내에 등기를 하지 않으면 제3자에 대항할 수가 없다고
규정한다.

이는 등기의 효력이 소유권을 창설하고 무등기는 무권이라는 논리와 같다.

민법상 등기가 물권의 대항요건이라고는 하나 그 취지는 거래상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등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여 소유권자체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며 진실이 인정되면 소유권은 박탈될수 없다.

또한 벌칙상 균형이 맞지 않는다.

경제법에서 벌칙은 재산형이 원칙이며 그것도 형평에 맞아야 한다.

제1조에서 부동산 명의신탁을 투기 탈세 위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의
수단이라고 규정한 본의는 이해하더라도 5년의 징역형에 2억원의 벌금은
과잉이라 아니할수 없다.

오히려 부당한 이익금에 대한 환수조치는 강화돼도 좋다.

법간의 불균형으로 5,000만원 초과에 대한 양도세 추징은 상속/증여세의
5,000만원 세액공제와 어긋난다.

무엇보다 신탁법 등 극소수의 예외 말고는 여타의 모든 부동산신탁을
죄악시하는 시각에 문제가 있다.

누누이 지적돼 왔지만 기업의 명의신탁은 무조건 악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잘못이다.

적지 않은 기업이 영업용 토지매입에 대단한 애로와 과다지출을 강요당하고
있다.

예외인정이 줄어들고 벌칙이 강화되는 등 당초의 미래지향적 접근이 개혁
입법으로 기울었다.

중요한 법률일수록 문제점들이 충분히 노출되고 토론돼야 부작용이
적어진다.

그러려면 3월 국회상정은 절대 무리다.

정기국회까지라도 시간을 갖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