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재 <전한국통신 초대회장>

-선친이 살아계실 때 선친이 다니시던 직장의 수장이 되어 효자라는
말씀은 듣지 않으셨는지요.

<>이사장=우리의 효도방식은 부모님이 걱정을 안하시도록 하고 또
자식의 성공을 기뻐하시면 그것이 효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선친은 말씀이 없으셨는데 내가 장관이 됐을 때는 이미 돌아가셨고
사장 할때는 선친이 하시던 일을 이어서 하게 됐던 것이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사장이 돼서 댁에 돌아와 말씀드렸을 때는 부모님이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이사장=별로 기뻐하지는 않으시고 단지 공사를 분명히 해 공직에
있을 때는 공명정대하라는 말씀뿐이셨습니다. 경험에서 나온 말씀
이셨지요. 이후 사장에 7년 있는 동안 개인적인 부탁을 한번도 받지
않았습니다.

-당시 한국통신에서 절약을 강조해 도입한 외자를 거의 갚은 것으로
아는데 절약정신은 선친의 영향때문인가요.

<>이사장=영향이 있었습니다.

-통신분과는 사관학교 다닐 때 지원하신 것입니까.

<>이사장=지원했었습니다.

-보병이나 포병이 더 인기가 있었을 텐데요.

<>이사장=보병으로 가야만 진급도 잘되고 활동영역도 넓어질텐데 사실
욕심이 없었어요.

아버지의 유업을 잇는다는 생각도 없이 단지 통신병과로 가는 것이
좋을 것같아 가게 됐지요.

-통신감까지 하셨나요.

<>이사장=통신감은 못했죠.준장 진급을 하고 바로 예편해 통신차관감에서
그쳤습니다.

-이후에는 바로 무엇을 하셨지요.

<>이사장=민정당의 전국구의원이 됐습니다. 11대국회를 4월에 들어가
11월에 나왔으니까 7개월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보위에서 일하다
한국통신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때 오명씨가 체신부차관으로 있었지요.

<>이사장=나보다 먼저 오명씨가 차관으로 들어가 있었어요.

-당시 오명차관과 이사장님이 장수하시면서 전화적체를 해소하셨는데
오차관이 정책을 맡고 이사장님이 사업체를 맡도록 임명권자가 조를
짜준 것인가요.

<>이사장=짜주었다고 봐야합니다. 당시 나는 오차관을 전혀 몰랐습니다.
나는육사13기고 오장관은 18기고,병과도 달랐습니다.

국보위에서 잠깐 만난 것뿐인데 체신부에 있으면서 보니까 호흡이 잘
맞았습니다.

-두분이 상호협조와 지원으로 국산 교환기기종을 개발한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이사장=아무리 개발하려고 해도 서로 협조해주지 않으면 개발할
수가 없겠지요.

-개발 당시 두분이 어떤 협의를 하셨는지

<>이사장=심각한 협의는 없었습니다. 국산교환기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어 오차관과 내가 이심전심으로 합의해 추진하게 됐습니다.

-전화적체를 해소하고 전화보급 1천만회선을 넘기게 된 것의 한 요소가
오차관과의 화목외에도 군통신이 민간통신보다 앞서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사장=기술적으로 그때 이미 민간통신쪽이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단지 군의 효율성을 행정에 적용한 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5공화국에서 통신분야 발전이 두드러집니다.

두분의 공헌이 그래서 더욱 빛난다고 보는데 요즘 정보화가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 소감은 어떻습니까.

<>이사장=정부조직개편에서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바꿨는데,여러가지로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닌 명실공히 효율적이 돼야합니다.

기초는 튼튼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선진국보다 정보고속도로나 ISDN(종합정보통신망)을 위한 기초는
우리가 더 튼튼합니다. 다만 우리의 마인드가 못따를 뿐입니다.

앞으로 인공위성이 뜨고 케이블TV가 각 가정에 들어오면 정보화를 위한
하드웨어는 우리가 더 낫다고 봅니다.

동양인의 특성상 논리적인 면이 약해 소위 디지탈화가 잘 안되고 이를
뜯어 고치는 것도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번 정부의 정보통신 추진은 우리의 정신문화를 선진화시키는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히려 정부에서 하는 것이 미진하다고 볼 수 있어 더 바짝 밀어 부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계화쪽을 더 밀어 부치라는 얘기입니까,아니면 정보통신쪽을
강화하라는 것입니까.

<>이사장=정보통신쪽이 받침이 되면 자연히 세계화가 됩니다. 문닫아
놓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단지 타의에 의한 세계화냐 어깨를 나란히 하고 나아가는 세계화냐가
중요한데 끌려 다닐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정보통신부가 현판식을 지난 연말에 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는데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사장=이자리서 구체적으로 언급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다양한 구성요소로 이루어진 만큼 외치고 있는 세계화에 걸맞게
부처이기주의라든지 개인이기주의등을 버리고 서로 세계화를 위해
차근차근 해 나가 목표를 달성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담=강영현 과학기술부장]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