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부동산 실명제는 금융실명제의 전격 시행과는
다른 시각에서 보아야 한다.

금융실명제 시행전까지는 금융저축을 장려 촉진하기 위하여 가명의 금융
자산거래를 법으로 인정하였다.

즉 합법적으로 인정되어 오던 금융자산의 가명거래를 대통령긴급명령에
의한 제도개혁으로 모든 금융자산거래를 실명으로만 거래할수 있도록
개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부동산실명제는 현행 법령으로 인정하지
않는 불법행위에 대하여 미비점을 보완하는 한편 명의신탁금지규정을 강화
하는 것이다.

90년8월에 제정된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제7조 제8조및 부동산등기 특별
조치법에 따른 대법원규칙 제2조에 따르면 탈세 또는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명의신탁을 금지하고 있고 부득이한 사유로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명의신탁자의 성명 주소 주민등록
번호등과 명의신탁의 등기사유를 서면으로 작성하여 소유권이전등기신청때
함께 법원등기 공무원에 신청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주택건설촉진법(38조 47조), 국토개발이용법등 현행법령 어디에도
부동산 미등기전매, 타인명의의 아파트분양, 외지인의 타인명의 농지구입등
명의신탁을 인정하는 규정이 없다.

그동안 신도시아파트중에서 타인명의로 아파트의 분양과 미등기전매등으로
관계당국에 적발되어 당첨권을 박탈당하고 많은 세금을 추징당한 경우를
우리는 많이 보아왔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현행법에서도 부동산 실명제는 시행되고 있다고
보아도 큰 하자는 없을 것이다.

다만 판례로써 명의신탁을 인정하고 있을 뿐이다.

판례를 악용하여 탈세를 하고 떳떳하지 못한 재산을 숨기려는 집단들이
명의신탁을 이용해 왔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법원이 명의신탁을 인정해줌으로써 부동산을 이용한 탈세와
투기를 조정했다고 볼수 있다.

앞으로 관련법 개정이나 신규법률제정에는 부동산등기에 대한 실질적인
심사나 조사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여 법원등기의 공시효과를 확실히
인정하여 명의신탁한 부동산의 소유를 무효로 하고 형사적인 처벌을 받도록
규정해야할 것이다.

종중재산에 대해서는 소정의 절차(예를들어 5~10명이상의 연대보증인의
서명및 종회의 회칙등)에 따라 종중명의로 등기를 하고 종중재산의 처분이나
이용등에 대해서는 종회의 규정등에 따르도록 하면 될 것이다.

기업의 업무용 땅에 대해서는 특별배려를 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만약 이를 인정할 경우 기업의 업무용 땅을 위한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기업의 업무용 땅을 빙자한 개인의 투기 또는 탈세용 명의신탁인지 구분
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이제까지 기업이 투기 또는 자산보호를 위하여 비업무용 땅을
사들이기 위하여 주로 명의신탁을 이용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업의 업무용
땅에 대하여 명의신탁을 인정한다는 것은 부동산 실명제를 본질적으로 훼손
시킬 우려가 있다.

그동안 부동산 미등기 전매, 타인명의 아파트분양, 외지인의 농지구입등
현행법을 위반한 사람에 대해서는 부동산 실명제의 정착을 위하여 선처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으나 관련법규에 따라서 신중히 대처해야 할 것이다.

만약 탈세등이 인정된다면 반드시 세금을 추징하는등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것만이 그동안 미등기전매, 타인명의 아파트분양등으로 세금을 추징
당하고 기타 분양권을 박탈당한 사람들과 법의 형평을 맞추는 것이고
묵묵히 법을 지켜온 성실한 납세자 대다수 국민에 대한 간접보상이 될수
있으며 정부가 앞장서서 준법의 모범을 보이는 것이다.

아울러 토지관련 법규가 86개의 법률에 흩어져 있어 일반시민들은 도저히
토지제도를 이해하기 힘들고 관계공무원이나 전문가들도 체계적으로 파악
한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다.

이번 실명제실시와 더불어 토지관련 법률을 통합하여 재정비하고 토지세제
를 새롭게 개선해야만이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일반시민들이 쉽게
토지관련제도를 이해할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어떤 의미에서는 토지실명제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라고
본다.

김정선 ( 서울시 도봉구 수유6동 540의 43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