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의 명배우 두 사람을 볼수 있는 연극 두편이 2월 무대를 장식한다.

연극팬은 물론 일반인들도 관심을 가질만한 2월의 연극은 월드스타
강수연씨 주연의 "메디아"(김윤미작 김아라연출)와 돌아온 명배우
명계남씨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파트릭 쥐스킨트작 김태수연출)
"메디아"는 영화계의 명실상부한 톱스타 강수연씨가 관객과 처음 호흡을
함께 하는 작품으로,"콘트라베이스"는 70년대 연극계 대표주자로 10여년간의
외도에서 돌아온 명계남씨의 복귀무대로 각각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극단무천의 세번째공연작 "메디아" (3~16일 문예회관 대극장)는
그리스신화를 다룬 고전비극 메디아(유리피데스작)와 하이네 뮐러의
단막극을 한국적 정서로 재조명한 작품.피비린내나는 복수극이라는
고대신화의 줄거리에서 벗어나 색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연출가와 작가는 배신당한 고통을 죽음의 복수로 이어가는 과거의 메디아와
그 고통을 초월하여 아름다운 영혼으로 승화시킨 현재의 메디아인
메디아신을 함께 무대에 등장시킨다.

과거와 현재의 이중구조를 통해 시간이 흐르면 고통의 무게도 줄어든다는
동양적 정서를 부각시키는 것이다.

소유와 탐욕에 따른 슬픔도 극복할수 있다는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연극무대에 처음 서 주목을 끌고 있는 강수연씨는 발성연습부터 다시하는가
하면 연습시간에 단한번도 늦지않아 "프로는 역시 다르다"는 평을 받았다.

메디아를 배신하는 이아손역을 맡은 이용녀씨의 남장연기와 무대를
휘어잡는 음악가 임동창씨의 그랜드피아노 연주음,절제된 무대세트 또한
관객과의 교감을 증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메디아"는 이번 문예회관 공연에 이어 6월에는 덴마크 "포레닝겐
프래페스티벌"에 초청되어 해외공연을 갖는다.

( 921 )7165 극단 완자무늬가 창단10주년 기념작으로 마련한 "콘트라베이스
"(4~19일 학전소극장)는 콘트라베이스연주자가 밝히는 이 악기의 속성과
오케스트라에서의 위치를 통해 소시민의 애환을 살펴본 작품.이 극은
"오케스트라의 악기들 가운데 다른 악기들보다 월등하게 중요한,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않은,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콘트라베이스"에 대해 배우 명계남이 2시간여에 걸쳐 털어놓는 독백이다.

이 독백은 그가 사랑하는 오페라 단역배우 세라가 자신을 알지못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된다.

연극은 그가 자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각인시킬 일을 찾아 이를 실행에
옮기려는 것으로 끝난다.

오랜 친구사이로 괜찮은 연극을 만들고자 다시 의기투합했다는 연출가
김태수씨와 배우 명계남씨는 이 연극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작은
"개혁"이나 "충동"이었으면 한다고 밝힌다.

배우 명계남은 연극 서두에 ""첼로"라는 연극에 관객이 몰린다는
얘기때문에 "콘트라베이스"를 공연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너스레를 떤 뒤
무대가운데의 큰 악기를 가르키며 이 연극을 위해 콘트라베이스를
구입했다고 자랑한다.

명배우를 직접 보며 그와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연극의 가장 큰 매력을
지닌 두 작품을 만날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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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