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법원의 해고무효판결과 노동위의 복직명령을 받은 근로자에게
임금만 주고 일은 시키지 않는 것이 정당한지의 여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법원과 학계에서도 엇갈린 판단을 내놔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1일 법원등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이상경부장판사)는
"임금만 주고 보직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 회사의 보직부여 책임을
묻지 않았다.

이에비해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5단독(김윤권판사)은 "임금만 지급하고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서울고법의 판결을 반박했다.

민사15부가 맡은 사건은 불법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해고된뒤 소송에서
승소해 복직판결을 받은 삼익악기 근로자 문모씨등 3명이 회사를 상대로낸
손해배상소송 항소심.

지난해말 선고된 이 사건의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근로자에게 업무를
맡기느냐 여부는 사용자가 결정할 문제"라며 "회사가 근로자에게 임금만
주고 일을 시키지 않았다해도 근로자의 취업청구권을 침해한 것으로 볼수
없다"며 원고들의 위자료청구등을 기각했다.

문씨등은 지난 91년7월 징계해고된뒤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내 93년9월
대법원에서 승소가 확정돼 회사에 들어갔다.

그러나 문씨등은 회사측이 임금만 주고 일을 시키지 않자 이로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며 2천만원의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에 상반된 판결을 받은 사건은 박모씨등 해고근로자 2명이 (주)부흥을
상대로 낸 민사5단독의 "회사의 복직명령불이행에 따른 위자료청구소송".

김판사는 "회사가 중앙노동위의 관계법에 따른 복직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임금만 지급한채 복직시키지 않음으로써 근로자의 취업이익을 침해, 정신적
고통을 준점이 인정된다"며 회사측에 3백만원의 위자료지급책임을 물었다.

이 두 사건은 법원의 복직판결과 중앙노동위의 복직명령의 결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외견상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근로자의 일할 권리와
사용자의 근로선택권을 상반되게 인정한 셈이다.

이에대해 학계에서도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대법원의 판결로 복직이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측이
근로선택권을 주장, 임금만 주고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은 근로자에 대한
보복행위로 해석될수 있다"며 "독일의 경우 근로자의 일할 권리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학자들은 "대법원의 복직판결과 근로자의 사용여부는 별개의 것이
될수도 있다"며 "임금만 준다면 일을 시키지 않는 것이 반드시 부당노동
행위라고 볼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