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페소화의 폭락에 의해 촉발된 멕시코 금융위기는 우리경제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멕시코는 우리와는 다른점도 많다.

경상수지적자규모는 멕시코가 국내총생산(GDP)대비 11.2%수준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5%내외이다.

총외채나 외환보유면에서도 우리가 멕시코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호한게
사실이다.

그러나 멕시코가 중남미의 대표적인 신흥국가로서 살리나스 전대통령
취임이후 과감한 경제개혁과 개방화정책을 통해 고질적인 외채난과 인플레
문제를 해소하여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점에서 아시아 선발주자인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다.

더군다나 멕시코는 지난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했고
외환.자본자유화를 우리보다 조금 앞서 추진했다.

96년 OECD가입을 앞두고 있으며 대내외적인 필요에 의해 외환과
자본자유화를 동시에 급속히 추진해야할 우리로서는 이번 사태를
교훈으로 하여 현재의 우리 상황을 재점검하고 정책방향을 보다
현실적으로 조율할 필요가 있다.

이번 멕시코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은 멕시코 국내의 사회.정치적불안이라
할수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막대한 규모의 경상수지적자 누증으로
환율의 절하요구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안정과 외국인 자본유입을
위해 인위적인 환율 고평가와 고금리정책을 유지한데 있다.

또한 자본시장개방에 따라 외국인의 투자자금이 실물부문보다는
유출입이 손쉬운 주식 채권등 핫머니 형태로 유입됐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러한 멕시코사태가 이 시점에서 우리의 경제정책에 주는 교훈을
몇가지 살펴보자. 첫째 무역수지적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본수지흑자에 의한 환율의 절상이나,물가등 거시지표
안정운용을 위한 고환율의 방치는 경제안정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잠재요인을 누적시킬수 있다는 점이다.

멕시코가 환율의 고평가와 고금리정책을 통해 경제안정을 도모하였으나
일시적인 사회.정치적인 충격에 의해 안정화정책이 무력하게 되었고,세계적
으로 경계대상이 될 정도로 국가신인도가 떨어졌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지난해 47억달러적자(추정)에 이어 올해는
60억달러 가량의 적자가 전망되고 있다.

이렇듯 경상수지적자가 늘어나고 있는데도 해외자본,그것도 산업자금화와
거리가 먼 "핫머니"의 유입으로 인한 자본수지 흑자를 이유로 원화가치
절상이 지속되는 것은 매우 심각한 사안이 아닐수 없다.

둘째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멕시코의 금융개방,자유화는 경제활성화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나 개방의 추진내용이나 순서상 핫머니 성격의
단기자본 유출입이 중심이 될때는 환율정책의 교란은 물론 경제전체에
미치는 부작용이 클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멕시코로의 자본유입은 외국인직접투자,산업차관등 실물과 직결된
자본의 유입보다는 핫머니 성격의 단기자본 유입이 주종을 차지했다.

때문에 반란군과의 협상결렬등 사회적 여건이 악화되는 기미가 나타나고,미
국의 금리가 연이어 상승하자 위험을 기피하고 고수익을 찾아 이동하는
핫머니적 성격의 외화가 급속히 빠져나가면서 페소화의 가치가 60%나
급락하고,물가가 급등하는 경제적 위기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유입된 자본중 52%가 투기성자금임에도 자본수지
흑자를 가져와 환율절상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셋째 자본거래 자유화 추진과 더불어 국내금융시장에서의 고금리 지속은
외자의 유입 촉진과 유출 억제요인으로 작용하여 환율을 실물경제부담 능력
이상으로 과대평가시킨다는 점이다.

이에 더하여 늘어나는 외자유입은 해외부문에서 통화를 증발시키고
증발된 통화를 수속하기 위해 민간부문의 통화를 억제하는 통화긴축정책이
실시되어 다시 시중금리를 상승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멕시코 금융위기는 무역수지가 건전치 않은 상태에서의
환율절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일깨워 주는 것이며,내외금리차
축소를 위한 금리 하향안정화가 또한 얼마나 절실한가를 잘 말해
주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때 현재의 안정기조를 지나치게 긴축정책에
의존하는 정책방향은 재고해야 하며,환율안정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을
확대운용하는게 바람직하다.

또한 중앙은행의 스와프활용도를 제고하고 통화정책의 신축적인
운용을 통해 금리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자본자유화 추진에 있어서는 핫머니가 아닌 상업차관,외국인투자등
실물거래가 수반되고 물가나 환율에 중립적인 외자의 유입을 우선
확대하는등 장기안정적인 생산적 성격의 자본 유입을 유도하는 정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