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권 < (주) 선경부장, 경영학 박사>

세계화를 "세계경제적 측면에서 볼때 세계시장이 단일화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과정을 촉진시키고 있는 중요한 요소중의
하나는 "언어의 세계화"라고 할수 있다.

언어의 세계화없이는 세계인으로서의 자질을 근본적으로 상실하게
되는것이며 세계화가 되더라도 그 경제세계에서 살아 남을수 없게
될것이다.

외국어로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넓게 통용되고있는 것이 우선 영어라고
말할수 있을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과거에는 스페인어 불어 독어의 순으로 중요도를
매길수 있었을 것이나 최근에 들어서는 일본어와 중국어의 중요도가
특히 경제사회에서는 커지고 있다.

이것은 그만큼 일본의 경쟁력이 증대되고 거대한 중국과 중국인집단이
새로운 시장으로 부상하게 된 결과라고 본다.

어쨌든 어떠한 외국어라 하더라도 우리의 입장에서는 올바르게 배우고
활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필자는 최근들어 특히 우리에게 중요도나 장래성면에서
잘 다루어야할 외국어가 중국어라고 생각하는데 현재 언론이나 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하는 사항이
있어 이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같은 한자문화권에 있는 우리로서는 중국어나 일본어의 한자를
우리도 똑같은 한자로 쓸수 있고 또 실제로 한자로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같은 한자라 할지라도 일본에서 쓰고있는 한자는 지면상의
한자옆에 일본식 원음 발음으로 표기하여 우리가 일본 현지에 가서
쓰더라도 전혀 색다르지 않고 손쉽게 상호이해가 가능하다.

반면 중국에서 쓰고있는 한자의 경우는 중국어에서 발음나는대로
표기를 하지 않고 우리말 발음으로 표기하여 현지에 가서 사용할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예를 들면 일본어의 전중은 한자옆에 한글로"전중"이라고 표기하지않고
"다나까"라고 표기함으로써 한국에서 다나까라는 발음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일본을 가거나 일본인을 만나더라도 다나까라고 발음하면
명쾌하게 전달되는데 반해 중국의 등소평의 경우"덩 샤오 핑"이라고
중국 현지 발음대로 표기하지 않고 "등소평",북경의 경우 "베이징"이라고
한글표기를 하지 않고 "북경"이라고 표기함으로써 중국에 가거나
중국인을 만났을때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쉽게 전달할수
없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중국어 표기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이렇게 사용하기로
되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중국어가 우리의 큰 관심을 끌게 된지가
6~7년이 지난 지금에도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는다는것은 우리가
세계화를 외치면서도 정작 중요한 세부사항을 챙기는 데에는 너무
둔감했던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런 점들은 이제부터라도 바로 잡아야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문서상의 한자 옆에 실제발음을 적을 때에는
한국식이 아닌 중국식 발음을 표기해서 익히도록 한느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언론사는 현재 이 원칙을 지키고 있는 걸로 안다.

이러한 당연한 조치를 크게 환영하며 세계화시대에 부응하는 언어의
올바른 사용을 모두에게 강력히 권과 고 싶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