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란도 = 김흥구 기자 연착)

<>."더 크고, 더 길고, 더 단단하게".

이것이 바로 세계최대규모 골프용품전시회인 제42회 USPGA골프용품쇼의
결론이다.

지난 1월 27일부터 30일까지 미플로리다주 올란도의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쇼에는 전세계 790개 업체, 3만4,000여명의 관계자들이 참가했다.

전세계의 클럽메이커들은 이 쇼를 통해 신제품을 소개하고 골프유통업자들
역시 이 쇼의 흐름을 파악,당해연도의 판매계획을 짜게 마련이다.

그러나 쇼가 어떻든 독자들이 궁금한건 "마법의 골프채"뿐이다.

이론적으론 불가능하지만 "거리는 나면서 OB는 안나는 골프채"의 출현여부
가 독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이다.

클럽 메이커들도 그걸 모를리 없다.

그래서 그들은 확률적, 이론적으로 "거리는 내면서, 미스샷은 줄인다"는
슬로건 제품을 앞다투어 새로 내 놓는다.

그같은 명제가 클럽제조와 구체적으로 연결된 것이 "헤드는 더욱 크게,
샤프트는 더욱 길게"이고 거기에 "티타늄"사용의 가속화가 덧붙여 졌다.

<>.헤드의 오버사이즈화는 전혀 새삼스러운게 아니다.

최근 몇년동안 줄곧 빅헤드우드, 빅헤드아이언이 봇물 터지듯 시장에
쏟아져 나왔었다.

그러나 올해는 "커졌던 헤드가 더욱 커지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독자들 입장에서 가장 알기쉬운 예가 미캘러웨이사의 우드일 것이다.

지난 91년 처음 시장에 나와 빅헤드우드의 선풍을 일으킨 것이 바로
캘러웨이 빅버사우드였다.

그때까지 전통적크기의 우드는 부피가 150cc(큐빅 센티미터)정도.

그러나 빅버사는 195cc였고 빅버사의 대히트로 200cc급의 우드가 표준이
될 정도로 클럽의 오버사이즈화가 일반화 됐다.

그런데 올해는 그같은 빅버사및 그 후속모델인 워버드보다 무려 25%가 큰
부피 250cc의 신제품우드가 나온 것.

GBB(그레이트 빅버사)로 명명된 이 우드는 헤드크기뿐만 아니라 샤프트도
종전 44인치에서 45인치로 1인치 길어졌다.

여기에 헤드는 티타늄이라는 첨단소재를 사용, 반발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러면 세계유수의 메이커는 물론 아스트라나 프로메이트등 국산브랜드
골프클럽까지도 최근 경쟁하듯 티타늄소재의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티타늄은 골프클럽소재로 최상이기 때문이다.

티타늄은 그 소재의 특성이 가볍고 단단하다.

소재가 가볍다는 것은 헤드크기를 늘리면서도 클럽전체 무게는 줄일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또 단단하다는 것은 임팩트시 헤드페이스의 "찌그러짐"을 배제, 반발력을
극대화시킬수 있으며 뒤틀림도 상당부분 줄일수 있다는 뜻이다.

바로 이러한 소재특성에 기인, GBB는 종전 워버드에 비해 헤드는 커지고
길이도 길어졌지만 무게는 330g에서 오히려 300g으로 줄어 들었다.

헤드가 더 커졌으니 스위트스포트도 자연히 커져 미스샷확률이 줄고 특유의
반발력으로 인해 거리를 더 낼수 있다는게 티타늄소재클럽의 공통된 설명
이다.

이제까지 티타늄은 값이 워낙 비싸고 다루는데 있어서의 기술적 난점으로
그 사용이 일반화 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이커의 이해와 "물건만
좋으면 골퍼들이 산다"는 골프만의 논리에 기인, 금년도부터는 맥그리거,
타이틀리스트, 스팔딩, 테일러메이드등 웬만한 메이커들은 모두 티타늄
신제품을 내놓거나 내 놓을 예정으로 있는 것이다.

더욱 커진 헤드와 그와 비례해서 더 길어진 샤프트, 거기에 티타늄이라는
첨단소재의 클럽들이 거리와 방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올들어 더욱
가깝게 쫓고 있는 셈이다.

<>.미골프계나 매년 열리는 PGA쇼에서는 "캘러웨이 신화"가 존재한다.

미캘러웨이사의 성장 스토리는 "기적"으로까지 불릴만 하다.

기업사나 기업경영연구의 소재로 이보다 더 재미있는 모델은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캘러웨이"라는 이름이 미골프계에 등장한 것은 불과 4년전인 지난 91년
이다.

그전까지는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군소업체로 연간매출이 1백만
달러에도 못 미쳤었었다.

회사간부가 도소매점에 전화를 걸어 "제발 몇개만 더 사달라"고 간청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웠었다.

그 캘러웨이사가 91년 오버사이즈우드의 효시라 할수 있는 "빅버사"를
내 놓으며 "기적같은 성장"을 시작했다.

당시 "빅버사 대히트"의 계기도 재미있다.

어떤 로비에 의해서인지 91년말 당시 미상원군사위원장인 샘넌이 부시
대통령에게 빅버사를 선물했다.

골프를 치고 나오는 부시대통령에게 기자들이 클럽에 대해 물었다.

"선물"에 대해 악평하는 사람은 없는 법.

"거리가 기가 막히게 나는 클럽"이라는 대답이 돌아왔고 그 기사가 전세계
로 타전됐다.

"미대통령이 써서 거리 난 클럽"은 그 즉시 전세계 주말골퍼들의 구입목록
1호가 됐다.

물론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빅버사선풍은 삽시간에 미클럽메이커의 판도변화를 가져왔다.

전통의 링스, 윌슨, 파워빌트등이 밀려났고 핑마저 타격받았다.

92년 총 종업원수가 370명이었던 캘러웨이는 현재 2,200명으로 3년만에
6배가량 늘었고 지난해 매출은 무려 4억5,000만달러(약 3,540억원)로 급증
했다.

더우기 92년 20달러선에 불과했던 캘러웨이의 주가는 한차례 주식분할후
에도 45달러선에 이르고 있다.

분할을 안했으면 80-90달러까지 오른 셈으로 캘러웨이가 엄청난 자본축적에
성공한 것은 불문가지이다.

문제는 캘러웨이의 상승세가 언제 그칠지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도 물건이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신제품인 GBB의 한국행이 언제 가능할 것이냐"는 질문에 캘러웨이의
스코트 하워드 해외영업담당부사장은 "4월안에만 받으면 한국골퍼들은
행운아"라고 답할 정도이다.

링스나 윌슨의 예에서 보듯 "영원한 승자"가 없는게 골프클럽업계의 흐름.

캘러웨이가 "돌고 도는 판도속"의 한 업체가 될지, 아니면 계속 잘 나갈지
는 아무도 알수 없다.

분명한건 "최상의 상품이 일인자를 만든다"는 단순한 진리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