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축산폐수정화조 기술이 해외에서 큰 호평을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연구센터의 박환철박사팀은 독자개발한
미생물을 이용한 축산폐수정화조 기술을 작년 10월 대만에 수출했다.

계약금 15만달러와 향후 7년간 5%의 기술료를 받는 조건이었다.

일본 말레이시아등도 관심을 갖고 이기술의 수입을 추진중이어서 연내
수출이 가능할것으로 보인다.

축산폐수정화조 기술의 수출은 그동안 환경기술 대부분이 일본 미국 등
선진국으로부터 많은 기술료를 내며 들여오던 실정에 비추어 국내에도
이제 환경기술의 수출시대가 열렸다는데서 의미가 크다.

더욱이 이기술은 지난 93년 박박사팀으로부터 동성실업과 대창산업에
이전돼 현재 7천여 국내 축산농가에 보급돼있다.

박박사팀이 개발한 축산폐수정화조가 큰호응을 얻고 있는것은 효율이
좋고 값이 싸기 때문이다.

처리효율이 97%로 50% 미만에 불과한 기존 축산폐수처리시설인 부패형탱크
(액비탱크)는 상대가 안된다.

오염도가 BOD(생물학적산소요구량)3천ppm인 축산폐수를 15ppm이하로
낮추는 첨단 축산폐수처리기술인 것이다.

설치비도 2백80만-4백50만원으로 액비탱크의 8백만-1천만원에 비해
매우 싸다.

또 액비탱크의 경우 찌꺼기를 비료로 뿌리는 겨울철을 제외하곤 월1회
청소비가 30만원 들었으나 축산폐수정화조는 그럴 필요가 없다.

대부분이 영세규모인 국내 축산농가에 적격인 정화조인셈이다.

축산폐수정화조 원리는 외형상으로 보면 간단하다.

소 돼지를 기르는 축사에서 나온 3천ppm수준의 폐수는 파이프를 통해
침전탱크를 거쳐 침전조로 흘러든다.

침전조를 통과하면 폐수의 BOD는 2천7백ppm으로 떨어진다.

보티셀라 콜포다등 호기성 미생물이 분뇨성분을 분해하는 폭기조가 다음
코스. 미생물로 분해안되는 오물은 침전조로 되돌려 보내진다.

폭기조 안쪽까지 거친폐수의 BOD는 1백ppm이며 마지막으로 수세미 모양의
거름장치가 가득찬폭기조의 바깥쪽 통을 지나면서 15ppm 이하로 정화된다.

"모든 폐수는 발생하는 장소에서 즉시 처리하는게 바람직합니다.
축산폐수정화조 역시 이같은 생각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지난90년 분뇨정화조를 개발하던 박박사가 이기술을 축산폐수처리에도
적용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던중 동성실업의 윤경여사장이 찾아왔다.

축산폐수처리에 KIST의 기술을 이용하고 싶다며 영세업체로서는 큰돈인
1억2천만원을선뜻 내놓았다.

연구가 곧바로 시작됐다.

김태형 하준수 나범규 이미애 김은희 연구원이 경기도 미금시의
축산농가에서 직접 분뇨를 퍼오는등 고생을 함께 했다.

"미생물은 매우 민감합니다. 오염도가 높은 축산폐수를 처리할때는
미생물을 다루기가 더욱 어렵지요"

박박사는 미생물의 최적 활동여건을 조성하는데 애로가 많았다고
말했다.

축산폐수의 BOD는 3천-4천ppm으로 생활및 산업폐수의 10배에 달한다.

이때문에 미생물이 축산폐수의 오물을 분해하는 시간이 생활폐수처리때
보다 훨씬 길어져 질산화 현상이 일어난다.

"질산화 현상으로 폐수의 산도(PH)가 미생물이 살기 적합한 중성(PH7)
보다 훨씬 낮은 PH 4까지 떨어진것이 가장 큰 고비였다"고 박박사는
회고했다.

공정을 처음부터 새로 개발하자는 것과 개선하자는 주장이 맞섰다.

개선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수없는 공정개선 과정이 반복됐다.

현장실험이 이어졌다.

연구팀전원이 주말을 반납하기까지 하며 현장에 매어 살다시피 했다.

우리의 환경기술을 선진수준으로 올려놓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축산폐수정화조는 이렇게 개발됐다.

"부엌등에서 나오는 생활폐수와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동시에
정화하는 오수정화조를 개발중입니다"

박박사팀은 발생원에서 폐수를 처리한다는 기본철학을 가정에 적용키
위한 오수정화조를 연내 사업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각가정에는 분뇨정화조만 있고 생활폐수는 하수관을 타고
들어가 한군데에서 종합처리돼왔다.

이경우 하수관시설의 낙후로 토양오염의 문제가 크고 시설비가 많이
드는 문제가 있다.

축산폐수정화조 기술을 수입해간 대만의 에어킹사는 이 오수정화조기술도
수입하려고 박박사팀과 계약체결을 협의중이다.

지난 10년간 일반가정과 농가에서 나오는 폐수처리기술에 매달려 왔다는
박박사는 전문화가 첨단기술 확보의 지름길이라며 연구원이 한분야를 오래
연구할수 있는 여건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