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라밖을 다니다보면 누구나 세상이 많이 달라지고 있음을
실감할수 있다.

더 풍요롭게,자유롭게,편리하게 되고 있다.

이제 이념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 살수 있을까.

모두들 개혁의 고삐를 죄고 있다.

나라안도 마찬가지다.

더 잘 살기 위한 몸부림이 한창이다.

그런데 아직도 장애물이 많이 남아있고 뒤뚱거리며 잘못 하다간
낭떠러지에 떨어질 위험이 여기저기 남아있다.

우리는 80년대 말의 경제침체를 겨우 회복하는 단계에 있다.

겉모양으론 세계 몇위니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허점 투성이다.

나라 밖으로도 우리를 넘어서려는 나라가 한 둘이 아니고 그래서
우리 손에 들어 올 것이 별로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아직도 잘 산다는 것이 나라의 근본이다.

유망산업이 경제를 이끌면서 성장하고 그러면서 고용을 늘리고 수출을
증가시키면서 안정을 기하도록 정치와 사회규범,교육과 기술이 함께
해야만한다.

기술이 앞에서 끌고 규범이 바른 길을 가리키며 교육이 이들을 키우고
정치가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정치는 그간 민주와 자유를 부르짖으면서도 한번도
경제발전에 긍정적 적극적 견인차 역할을 해오지 않았다.

사회 각 집단의 이익을 조화하는 예술이 되기는 커녕 언제나 부담이
되어 왔다.

군사정권때에는 힘에 의해,지금은 사회발전의 뒷전에 머물러 언제나
소극적 피동적이었다.

정치적인 민주와 자유뒤엔 반드시 사회규범이 뒤따라야 하는데도
이 역시 경제발전의 선도적 역할은 커녕 혼란과 무질서의 텃밭으로
작용하는등 정말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지속해 왔다.

경제발전에 도움되는 사회가치라곤 잘 살아보자는 것이 고작이었고
이제 이것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지 않는 한 그 한계가 드러나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정치와 사회규범을 키우고 바로잡을 교육마저도 여태껏 사회의
뒷전에 놓여 있었고 적극적 능동적 기여라곤 찾아볼수 없었다.

이 정도로 살수 있게 만든 것은 젊은이들이 정규교육으로 배운것이라기
보다 가정에서,사회에서 듣고 본것을 바탕으로 기업내에서 생산에
종사,경험을 쌓아 나가면서 얻은 지식과 능력으로 기여한것 뿐이었다.

교육은 그저 말썽만 없으면 되는 것이었고 공부하는 내용이야 어떻든
상관할바 아니었다.

교육과 연구의 엘리트화나 질의 향상등은 염두에도 없었다.

정치와 규범,교육은 이런 상황인데 나라밖의 세계경제는 격변하고 있고
나라안의 산업과 기술도 하루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정보화는 물론 과학기술 혁명이 산업과 사회 교육 정치까지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영화롭던 산업이 10년 못가 사라지고 새로운 산업과 기업이 잇따라
생겨나는 그야말로 잠깐 눈을 감았다간 뒤로 처지는 그러한 소용돌이
속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러한 불확정성 속에서 우리산업,우리기업으로 하여금 부가가치를
어느것 보다 많이 낳는,소득탄력성이 높고 성장율이 높은 우리만이
가질수 있는 산업과 기술을 갖도록 지금부터 산업기술 드라이브
정책을 구사,나라정책을 이끌어 나가야만 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산업기술은 남의 것을 들여다 배우고 익히고 개량한
것에 불과했지만 지금부터는 우리의 것을 독창적으로 만들어내는
산업기술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렇게 하도록 정치와 교육이,또 사회규범이 뒷받침해야 된다.

사실 정치와 규범,교육과 기술이 함께 선순환의 상호작용을 할때야만
우리는 남부럽지않은 나라만들기에 성공할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런일은 그러나 결코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즘들어 정치에 뒷걸음질의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정치가 경제발전을 이끌어 나가기는 커녕 지역성 소외성 소집단성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고 오히려 이것을 부추기면서 발전에 족쇄를
채울 가능성이 커져가고 있다.

이제 군사정권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통념이다.

문민시대가 자리잡아가는 이때 무인시대에 향수를 느끼면서 그쪽으로
역사의 방향을 돌리는 일은 있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우리의 인적자원을 정치적 이해관계로 분산해서는 안되며 역사의
흐름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는,전향적인 인물의 결집이 긴요하다.

새시대의 인물이란 정치와 규범,교육과 기술을 한데 묶어 발전의
궤도에 올려 놓을수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인적자원은 우리 가운데서 찾아내기만 한다면,또 키우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나타날수 있다.

똑똑한 젊은이가 얼마나 많은가.

나라 안팎에서 인정 받는 고급두뇌가 얼마나 많은가.

인구구조로 보아서도,학력과 경력 직종별로도,정치능력과 바른 규범
높은 교육과 기술 잠재력을 지닌 이들이 얼마든지 있다.

사실 우리경제와 사회가 이 정도로 커지고 안정된 것은 모두 이들의
기여때문이었다.

이제 무인시대의 종언을 고하고 새시대의 요구를 감당할수 있는
일꾼을 찾아 정치도 사회도 교육도 기술도 한번 맏겨야할 것이다.

옛 생각을 수십년 고집하는 인물보다 새로운 생각,새로운 마음가짐을
지닌 인물을 뽑아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이들이 경제 사회발전의 선도역할을
하도록 해야한다.

사실 그런 사회 네트워크가 짜여질때 비로소 우리의 발전이 보장될수
있으리라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