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초선이사장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중소기업협동조합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들은 비록 조합활동의 경험은 적지만 단체수의계약등 기존의 구태의연한
사업에서 탈피, 경쟁사간의 공장견학을 통해 기술개발을 자극시키거나
외국업체들과의 협력강화로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개방화 세계화시대를 맞아 조합도 세계무대로 눈을 돌릴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는 것이다.

육동창광학조합이사장 김영준침장조합이사장 방효철도금조합이사장등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육이사장은 안경업계의 풍토를 뒤바꾸고 있는 이사장으로 꼽힌다.

그는 수십년동안 안경업체를 이끌고 있는 고참경영인들이 많은 안경분야에
85년 서전을 창업하면서 뛰어들어 이제 10년을 맞았다.

조합이사장은 92년에 맡았다.

안경업계나 조합활동에서 이제 갓 초년병의 티를 벗은 셈이다.

하지만 육군준장출신의 그는 탱크라는 별명에 걸맞게 20년이상의 연륜을
가진 안경업체 경영자들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공장개방과 고가품수출을
밀어붙이고 있다.

조합이사장에 취임하자마자 경쟁사들에게 공장문호를 활짝 열었다.

전북 정주의 서전공장엔 안경산업의 메카인 대구 경북지역 경영자들이 대거
방문했고 서울 경기 부산지역 주요 안경업체 경영자 기술자 유통업자및
안경사들도 속속 다녀갔다.

안경은 금속가공 금형 도금 용접등 각 공정마다 고유의 노하우를 갖고 있어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쟁사에게 공장을 보여주는 것은 금기로 돼있다.

그러나 육사장은 국내안경업체들이 개당 2~3달러선의 저가안경테 수출만
고집해서는 후발개도국과의 경쟁에서 이길수 없다며 업체들이 기술개발과
고가화에 공동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서전의 앞선 설비와 품질관리시스템에 업체들이 자극을 받고 고급화에 나선
것은 물론이다.

또 육이사장은 고가화를 위해선 부품 소재의 고급화가 시급하다며 이의
공동 개발및 생산을 꾀하고 있다.

그는 남보다 먼저 고유브랜드로 30달러대의 고가품수출을 주도해
해외시장개척에 나서고 있다.

"메이드 인 코리아"도 얼마든지 유럽이나 일본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할수
있다는 가능성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영준이사장은 외국업체와의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침장산업이 한단계 도약하려면 유럽 일본의 침장업체와 기술및
정보교류가 절실하다고 판단해서이다.

업체대표들을 이끌고 일본 독일등을 방문해 현지의 업체동향과 기술및
디자인추이를 파악하는 한편 일본 침장기술학원에 조합원사 종업원들을
보내 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있다.

조합사무실 안에 국내외 침장관련 서적을 구비한 자료실을 지난해 열어
조합원사들의 자질향상에 힘쓰고 있다.

노동집약적인 침장산업이 발전하려면 해외투자에 나서야 한다며
조합원사들이 중국 인도네시아 스리랑카등지에 현지공장을 설립토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우물안 개구리식의 사고로는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며 밖으로 눈을
돌릴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방효철도금조합이사장은 영세업체들이 모여있는 도금업종의 발전을 위해선
기술향상밖에 없다며 전국도금기술경연대회를 여는 한편 통상산업부와
공동으로 도금공업발전방안 마련에 온힘을 쏟고 있다.

올상반기중 완료될 도금공업발전방안은 공업기반기술인 도금기술의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담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방이사장은 들쭉날쭉한 도금임가공료의 표준화를 위해 업계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중소업계관계자들은 세계무역기구체제출범을 계기로 조합들도 이제는
단체수의계약에만 매달려서는 안되며 과감하게 변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조합이사장과 임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업체들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짜내 시행하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