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들의 세계에는 국경이 없다.

지구촌 전체가 하나의 정보통신망으로 묶여가면서 해커들은 손쉽게
국경을 넘나들며 전세계를 무대로 파괴 활동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전세계인들에게 해커에 의한 대표적인 사건으로 기억되는 것은 지난
89년서독에서 일어났다.

당시 마르쿠스 헤스등 5명의 서독 젊은이가 86년부터 89년까지 미국
육군과 해군의 데이터베이스에서 자료를 빼내 옛소련 정보기관인
KGB에 팔아넘긴 사건이었다.

국내에서도 짧은 컴퓨터역사에도 불구하고 90년대 들어 해커에 의한
피해 사례가 급증,이미 해커들로부터의 안전지대가 아님을 입증하고
있다.

국내에서 일어난 본격적인 컴퓨터 해킹은 지난 92년 7월 발생한
서울대 교육전산망 파괴사건이다.

정체 불명의 해커가 온라인망을 통해 서울대가 보유한 교육전산망용
컴퓨터 시스템에 침입해 정보를 파괴하는등 전산망 가동을 10여시간동안
마비시켰다.

93년 2월에는 청와대 업무인수팀 ID도용 해킹 사건이 발생,해커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해커가 청와대 비서실의 천리안 사용자 ID를 도용해 금융기관
에서 돈을 빼내려한 사건이었다.

이 해커는 청와대의 천리안 ID를 이용해 금융기관 전산정보망의 구조를
알아낸 다음 휴면계좌를 한 통장으로 모으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돈을
인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천리안의 국세 심판소 ID와 비밀번호를
도용했다.

또 93년 4월에는 서울대가 시험가동하던 학사안내 서비스전산망에
해커가 침입해 입력된 자료를 파괴시켰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의 16세 소년 해커가 한국원자력연구소등 국내
연구기관 전산망의 컴퓨터에 침입해 각종 자료들을 빼낸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국내 전산시스템이 외국 해커들의 공격대상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해커는 미 공군기지의 컴퓨터를 뚫고 들어와 30개의 안전장치를
상하게 했고 다른 1백여 컴퓨터장치에도 침범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내 연구소도 피해 대상에 포함됐다.

또 연말에는 서강대와 한남대 전산망에 해커가 침입해 일부 프로그램과
자료를 빼내거나 파괴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한국전산원 전산망에
해커가 침입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