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서 지뢰찾기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20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인해 2백만개의 지뢰가 묻혀있다는 앙골라나
매달 3백명 이상이 지뢰때문에 죽거나 다치는 캄보디아의 얘기가 아니다.

전세계에 3천만개 이상 보급된 윈도즈안에 들어있는 게임 프로그램인
"지뢰찾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PC앞에 매달려있기 때문이다.

윈도즈는 PC에 기본적으로 내장되는 운영체제프로그램.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 프로그램안에 몇가지 악세사리 소프트웨어를
첨가시켰으며 그중 하나가 지뢰찾기 게임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무실에서 업무시간에 PC를 이용해 지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 각 기업들이 이 프로그램을 윈도즈에서 빼줄 것을
마이크로소프트에 요청했다.

이같은 경험은 국내 PC사용자들도 갖고 있다.

"테트리스" 열풍으로 인해 사무실이 전자오락실로 변하기도 했으며
게임 프로그램이 수학 영어 학습프로그램을 사칭하기도 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각종 학습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을 때 몇몇 게임
프로그램은 잔꾀를 부리기 좋아하는 청소년들의 입맛에 맞는 기능을
넣어줬다.

게임중간에 특정한 키를 누르면 순식간에 게임이 영어나 수학
학습프로그램으로 변신하도록 했던 것이다.

부모님이 아이의 방문을 여는 순간 게임은 가정교사가 돼버렸다.

컴퓨터는 한가지만을 하도록 강요된 스테레오 타입의 도구가 아니다.

PC는 업무의 수단임과 동시에 놀이의 도구로도 활용된다.

사용자들은 몇번의 키보드 입력만으로 일과 놀이의 경계선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유혹도 그만큼 빈번하고 강력해졌다.

지뢰찾기를 없앤다고 해서 업무중에 게으름을 피우려는 사람들의
마음을 다잡을 수는 없다.

PC가 보장하는 자유에 상응하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책임의식을 확립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