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처음 열린 범노사대표자 간담회(8일.상의클럽)가 "중앙단위
사회적 합의"를 위한 협상개시에 합의하지 못한채 이렇다할 성과없이
끝났다.

올 임금협상이 험난할 것임을 예고해준 모임이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날 모임을 통해 교착된 노사관계에 대화와 교섭의 실마리가 찾아질수
있기를 기대했던 우리로서는 매우 유감스럽지 않을수 없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11월 노총이
경총과의 단일임금협상거부를 선언한 이후 경제5단체장과 노총및
산별노조 대표들이 처음 머리를 맞댄다는 것만으로도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날 모임의 결과가 비록 기대를 충족시켜주진 못했다 해도 우리는
실망하지 않는다.

이젠 노사간 대화의 물꼬가 터졌다고 믿기 때문이다.

노총의 강경자세에 지친 정부는 사회적 합의를 포기하고 다른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에서 아무리 큰 장애가 있다
해도 노사대화는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경제선진화를 위해서는 노사관계의 안정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무한경쟁시대를 헤쳐나갈 원동력을 노사화합에서 찾을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문민정부 출범이후 지속돼온 산업평화가 깨진다면 세계화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밀려오고 있는 선진국으로부터의 거센 통상압력도
결국 노사화합에 의한 기업경쟁력으로 대응하는 길 밖에 없지 않는가.

둘째 임금안정화 지속을 위해서는 개별 사업장의 임금협상 준거가
되는 가이드라인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93,94년의 노.경총간 중앙단위 임금합의는 각 사업장의 임금교섭에
촉매제 역할을 했었다.

노사분규건수가 92년의 235건에서 94년에는 116건으로 줄었다는
통계가 이를 잘 말해준다.

그런데도 노총이 몇가지 석연치 않은 이유를 들어 이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이해할수 없다.

제도자체나 운영상에 문제가 있다면 실효성위주로 보완하는 것이
순리일 터이다.

다행히 이날 모임에서 노총대표는 앞으로 노총이 제시할 임금인상률에
대해 제2노총준비위원회가 제시한 14.8%보다 낮은 수준이 될 것임을
밝혔다고 한다.

우리는 노총의 이같은 태도표명을 비현실적인 무리한 임금인상은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면서 오는 22일로 다가온 노총의
정기 대의원대회를 주시한다.

노총은 재야노동계의 의도적인 흠집내기에 구애됨이 없이 보다 의연한
자세로 생산적 노사관계의 틀을 다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