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수 <포스코경영연구소장>

최근 금리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때문에 자금시장이 불안해지고 주가마저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서 문제되는 것은 두가지이다.

첫째는 이번 금리상승이 일시적 계절적인가 아니면 구조적인가하는
것이며 둘째는 통화관리를 함에있어 이제는 금리를 더 중시해야
하는게 아니냐하는 점이다.

특히 후자와 관련해서는 차제에 통화지표를 총통화(M2)에서 실세금리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첫번째 문제,즉 최근의 금리상승 원인에 대해선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기때문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계절적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이에대해 구조적 요인이라는 주장도 만만치않다.

경기가 호황이다보니 기업의 설비투자등 자금수요가 커지고 있고 경기
과열을 우려하는 한은이 긴축기조를 다지고 있는데다 국제적으로도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 문제는 새삼스런 이야기는 아니지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이와관련,정책당국이 금리상승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자금시장의 불안을 초래했다는점에서 통화관리방식이 잘못된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이 나오고 있다.

금리가 오른다는것은 바꿔말해 자금사정이 좋지않다는 것이다.

이때는 돈을 풀어 숨통을 틔워주어야 하는데 정책당국이 통화계수에만
집착해 오히려 돈줄을 죄는 경우가 많다고 기업인들은 불평한다.

일부 금융기관들은 또 다른 측면에서 통화당국을 원망한다.

통화정책에 일관성이 없는 탓에 "느닷없이"긴축이 단행돼 골탕을 먹는
일이 잦다고 한다.

그러나 한은의 주장은 다르다.

제조업가동률이 85%가 넘을정도로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돈을
풀었다가는 소비 투자등 총수요가 폭등해 물가불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인플레 심리를 잡는것만이 경제의 안정기조를 유지하는건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한은은 통화관리목표를 정해놓고 이를 지키기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한다.

그결과 통화증가율의 추이를 보면 목표치에 상당히 근접하고있다.

그러나 한은이 지키려는 목표는 총통화잔액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이지 실제로 풀리는 돈의 양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게 아니다.

실제 월별로 풀리는 돈은 상당히 들쭉날쭉하다.

시중 자금사정때문에 통화공급량을 늘리고 줄이고 한다기보다 목표로
정해놓은 계수를 맞추려고 조절한다는 인상을 주고있다.

그래서 심한 경우 돈을 풀기는 커녕 오히려 환수하더라도 전년동기대비
총통화잔액 증가율은 매우 높은수준이 되는 경우도 있다.

반대로 총통화증가율은 낮아도 실제로 풀리는 돈은 매우 많은 경우도
있다.

이런 이유때문에 한은이 통화관리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더라도 시중의
자금사정은 극도로 악화돼 경제의 안정기조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게된다.

그렇다면 한은은 총통화관리를 제쳐놓고 금리의 움직임을 보아가면서
통화공급규모를 결정해야 옳은것이 아닐까.

많은 기업인들은 "그렇다"고 외친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는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정책당국이 어떤 금리를 기준으로 통화관리를 해야하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은 아직 금리자유화가 완전히 정착되지 못하고 있고 금융시장도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이른바 대표금리라고 할만한게 없다.

둘째 금리의 움직임에서 단기적 쇼크와 장기적 추세를 분리해 내는게
어렵다.

그러므로 금리만 보는 경우 정책적 오판을 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 아직도 각종 규제가 많기때문에 통화의 파급경로를 예측할수 없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부도사태를 막기위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한다해도 실제로
일선부서에서는 통화정책과 상층되는 여러가지 구제때문에 제대로
집행이 안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금리움직임에 대한 통화정책의 대응능력이 약하다.

국제적으로 보더라도 금리만을 보고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금리보다 통화량을 더 중시하는게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일반적 성향이다.

한은은 현행 통화지표인 M 2 가 시중 유동성의 30%정도밖에 되지않아
통화관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선진국의 중심통화지표도 총유동성의 30%내외밖에 되지않는
경우가 많고 은행권의 수신비중이 30%밖에 안되면서 통화관리는
성공적인 나라도 많다.

은행의 비중을 높이고 중앙은행의 관리범위를 넓혀야 통화관리가
성공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행 통화지표인 M 2 는 분명 문제가 있으나 우리 여건상 중심지표는
통화량일수 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중심지표의 구성항목은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으며 통화량을 중시
하되 항상 물가 환율 금리등 통화관련지표가 주는 정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금리의 경우 높이만 보고 있으나 장단기 금리간,그리고 금리와
채권의 수익률간 격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실물경제가 보내는 메시지에 함축된 정보를 읽을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이번과 같은 금리파동을 막자면 통화정책의 타이밍 규모 파급
경로등에 대한 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