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공급의 균형에 의해 결정된 시장가격이 어떤 이유에서든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될 경우 정부에서는 가격에 대한 통제정책을 쓴다.

그중 하나가 이른바 이중가격설정( two tier pricing )인데 이것이 늘
의도된대로의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이해를 돕기위해 예를들어 설명해보자.1974년 OPEC(석유수출국기구)는
원유가격을 대폭 인상했다.

이렇게 되자 당시 수입원유와 국내생산원유를 절반정도씩 사용하던
미국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원유가격을 수입가격에 맞출 경우 국내
원유생산자들이 엄청난 이득을 취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미의회에서는 수입원유는 수입가에,그리고 국내생산원유는 과거의
가격에 팔도록하는 이중가격설정조치를 취했다.

이렇게하면 정유과정을 통해 판매되는 휘발유의 가격이 중간수준에서
결정되어 수입원유의 가격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킬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았다.

휘발유를 생산공급하는 정유업자의 입장에서는 우선 값이 싼 국내산원유를
구입해서 휘발유를 생산하고 국내산원유가 소진되면 수입원유를 사용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휘발유의 수요가 어차피 국내산원유를 가지고 생산할때는 충족
되지 않기 때문에 휘발유의 수요공급은 수입원유를 사용해서 휘발유를
생산공급할때 균형을 이루게 된다.

이때 정유업자가 휘발유의 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은 균형점에서 한단위의
휘발유를 더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한계비용인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수입원유의 가격에 의해서 결정되게 되었던 것이다.

결국 원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해 보겠다는 정책목표는 이루어지지
못했고 국내의 원유생산자들에게 돌아갈뻔했던 엄청난 이득이 정유업자
에게 돌아가고 말았다.

미정부는 그후 몇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정유업자가 사용하는 수입원유에
비해 일정비율 만큼의 국내산원유를 구입할수 있도록하는 "할당제"를
도입했다.

시장에서의 가격기구가 작용하는 원리를 무시한 정책결정이 여러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한다는 것을 깨우쳐준 좋은 예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