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임금결정체계의 유력한 방안으로 시도되었던 사회적 합의방식이
올해도 계속될수 있을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합의는 그필요성과 역사적 공과에도 불구,더이상
계속할 이유와 명분을 찾을수없어 중앙단위 사회적 합의를 절대로
추진않는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이유는 정부와 사용자측이 협의사항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구체적 근거로 제시된 사항은 고용보험적용사업장에 관한 것과
정부투자기관예산편성지침에 관한 것이었다.

정부는 이같은 사항에 대한 노총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의 조치를
취한바 있다.

노총의 공식적인 사회적 합의거부선언이 있기 이전에도 95년도
합의성사여부는 불투명했다.

93년과 달리 지난해 하반기까지 정부측에서도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는
비교적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회적 합의과정에서 보여주었던 사용자측의 수동적 자세는
계속되고있어 95년 사회적 합의에 대해서도 별다른 이니셔티브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 2년간 사회적 합의를 주도하여 왔던 당사자들이 모두 방관하고
있고단위노동조합과 "민주노총"계열조직의 적극적인 반대만 있다면
올해 사회적 합의성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보아야한다.

그러나 그동안 노정되었던 임금결정방식의 문제는 조금도 변함없이
남아있다.

기업단위 임금결정에서 비롯되는 과도한 임금상승의 문제와 기업규모간
임금격차의 확대,비효율적인 교섭관행등의 문제를 여하히 해결할
것이냐 하는 의문은 그대로 남아있다.

국민경제차원에서 적정한 수준으로 판단되는 임금인상률에 대한
정보는 어떤식으로든 기업단위에 강도높게 전달되어야 한다.

특히 독점대기업 노사의 담합에 의한 고율인상은 지금까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았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방식은 앞서 논의했던 대로 87년이후 불안정했던
임금결정체계를 비교적 잘 보완해왔다고 평가된다.

따라서 이는 앞으로 그형식과 내용을 수정 보완해 가면서 잘 발전시키면
한국형 임금결정체계로 정착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수정 보완 노력도 없이 합의주체들의 단견과
무성의로 인하여 사회적 합의방식을 폐기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한국노사관계의 발전과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
노.사.정이 다시한번 사회적 합의를 성사시킬수 있게 되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노총의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것이다.

노총은 이미 민주노총추진위원회측에 조건없는 통합제의를 공식적으로
해놓았다.

그리고 동추진위원회는 노동법개정을 가장 주요한 사업의 하나로
꼽고있다.

지난 2년간 사회적 합의에서 나타난 주요제약요건중의 하나는 노동계가
분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범노동계가 참여하는 합의의 장을 마련할수
없었다는 점이다.

또하나 제약요건이었던 단위사업장 노동조합의 비판과 반대는 상급조직의
끊임없는 설득과 지도력으로 극복해야할 과제이지 중앙단체가 이에
굴복해야될 성질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노사관계 발전과 경제발전이라는 기준으로 보았을때 단위노조의
비판은 정당화될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총이 다시한번 합의의 장에 나서서 95년내 노동법개정을
관철시키는 것을 조건으로 임금문제에 합의한다면 사회적 합의방식은
한국형 임금결정체계로 훌륭히 발전해 갈수도 있다.

노총이 이미 제시한 노동계통합을 위한 공동회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노사관계발전과 경제발전을 위해 필요한 노사관계의 제도개혁과제는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한다.

그런후에 도출된 제도개혁 과제를 갖고 사회적 합의에 임하는 방식도
생각해볼수 있다.

제도개혁 내용에 따라 2~3년의 기간이 필요할수도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적 합의를 2년또는 3년 기한으로 해도될 것이다.

만약 3년 기한의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임금인상기준과 인상스케줄만
예시하고 각 연도의 생산성 물가지수등을 감안해 매년 임금교섭시즌
개시전에 이에따른 조정치만 발표하는방식도 고려해 볼수 있다.

사회적 합의의 형식과 내용은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조정할수 있다.

문제는 이제도를 한국형 임금결정체계로 정착시키겠다는 의지와
비전이다.

민주노총추진위원회측의 비판과 반대에 대해서도 노총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이들을 사회적 합의테이블로 통합시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해 사회적 합의가 성사되기 위해선 노총의 정치적 결단 못지않게
경영자단체의 능동적인 이니셔티브가 절실히 요구된다.

정치와 경제의 전분야에서 자율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유독 노사관계분야에서만 자율화의 기틀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자단체의 능동적인 노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측에서도 임금및 노사관계안정의 자율적 기반을 마련하는 방안
으로서 사회적 합의방식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정부의 전반적인 자율화기조와 일맥상통하는 임금결정체계
이기도 하다.

그런만큼 정부는 아직 불안정한 사회적 합의기구가 하나의 제도적
장치로 발전할수 있도록 법.제도적 보완조치를 병행추진해야 한다.

노사관계제도 개혁의 제1단계라 할수있는 노동관계법개정은 2년째
순연되고있으며 노동법연구회가 마련한 개정안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다.

또한 임금및 노사관계안정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킬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별도의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금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중장기적인 노사관계제도개혁 프로그램을
제시하며 사회적 합의를 성사시키고자 노력한다면 올해 사회적 합의가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