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 고려병원 신경정신과 부장 >

요즈음 미국 다녀오신 적이 있습니까.
아니면 미국신문 헤드라인이라도.
"아! 우리는- "하고 작은 신음소리가 나올 것이다.

세계는 지금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다.

특히 정보통신분야는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누구도 감히 생각조차 못했던 빠른 속도로,그리고 어떻게 변할지
상상을 불허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지금 온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의 물결은 이제까지의 어떤 경험
으로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그야말로 상식을 뛰어 넘어선 변화인 것이다.

하지만 이 변화를 읽지 못하고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지구촌의 미아로 전락하고 만다.

각 분야전문가들이 과연 이 변화를 얼마나 실감하고 있으며,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건지 노파심이 앞선다.

특히 걱정인 것은 행정관료들의 인식이다.

다행히 지난번 동남아순방에서 돌아온 김대통령의 세계화 선언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곧이은 정부조직 개편도 우리에겐 절실한 과제였다.

국정수반이 세계화의 필요성을 통감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눈으로,피부로 느끼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겉돌기만 할뿐
추진력이 없기 때문이다.

욕심을 부리자면 우리 대통령이 미국의 정보하이웨이를 한번 달려보고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리고 멀티미디어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왔으면
싶다.

아직 우리의 세계화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가닥이 잡히지 않은
것같은게 국민들의 감각이다.

미국은 고어 부통령이 솔선해서 "정보하이웨이"기치를 높이들고
이미 공공투자가 시작되었다.

무너진 성수대교에 매달려 있는 우리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미국은 50년대에 하이웨이 건설로 경기를 주도하더니 반세기가 지난
이젠 정보 하이웨이건설을 위해 피치를 올리고 있다.

이미 어떤 정보도 전화 한통으로 쉽게 얻을수 있는 시스템이 되어있다.

우리관료는 아직도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일반이 알면 마치 나라라도 팔아먹을 것 같이 야단이다.

관련단체 간부나되야 겨우 구걸하다시피 얻어낼수 있다.

신문 방송기자도 나름의 재주를 다해야 정보원에 접근 할수 있다.

따지고 보면 이들이야말로 정보고속도로 건설에 공적이라하지 않을수
없다.

미국에서는 이미 민간 매수세력이 전국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거대한
TV 신문 방송 통신 비디오 게임소프트회사까지 흡수 통합하여 업종을
초월한 거대한 재편의 물결이 일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국내에서만이 아니다.

엊그제는 일본과 미국의 세계적인 거대 회사들이 게임 비디오 등
소프트 세계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공동기업군을 형성하는데 조인했다.

안타깝게도 우리기업 이름은 아직도 이 큰 물결의 수면에 보이지
않는다.

우리도 이제 당당히 부자나라 클럽인 OECD회원국이 될 참이다.

세계화는 어디까지 와 있으며 멀티미디어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는지
궁금하기 이를데 없다.

모든 통신망을 하나의 케이블로 자유자재로 쓸수 있어야 하는데
우린 아직 그런 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우선 방송과 전화만해도 소관부처가 다르다.

같은 부라도 국이나 과가 다르면 관료들의 내 몫 지키기로 인해
모든게 따로따로이지 하나로 통합될수 없다.

이래서야 "멀티"가 아니라 "싱글"미디어에 지나지 않는다.

하루빨리 우리나라에도 멀티미디어가 공공시설로서의 제기능을 할수있게
해야 한다.

싸고 편리하게 누구나 사용할수 있게 해야한다.

방송 전화 통신 팩스등등 이 모든것이 하나의 회선에 실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광케이블설치 정보의 디지털화등이 선행되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건 우리 관료들의 의식전환이다.

세계는 지금 숨 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선도를 못하거든 규제만이라도 말아야 한다.

자유경쟁체제가 아니면 어떤 대기업도,국가도 앞으로 살아남지 못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