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집게 "기계 의사".

한전기공의 봉석근 과장(38)은 회사 안팎에서 이렇게 통한다.

그의 공식 직함은 한전기공 정비기술연구소 선임전문원.

업무는 일반인들에겐 다소 생소한 "설비 진동 진단"이다.

사람은 몸이 아프면 말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는 이상이 생기면 떨림(진동)으로 나타난다.

이같은 기계 진동을 분석해 고장 부위을 집어내고 그걸 언제 어떻게 뜯어
고치라는 "진단서"을 떼어 주는게 그의 일이다.

병든 기계를 고쳐주는 의사인 셈이다.

현재는 주로 발전소의 터빈을 진단하고 있다.

봉과장은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기술자로 인정받고 있다.

전국의 1백여개 발전소엔 터빈의 진동을 체크하는 보수팀이 있긴하다.

그러나 그들이 치료못하는 불치의 "환자 터빈"은 봉과장의 손을 거치게 돼
있다.

그래서 1년 3백65일중 2백50일 정도는 지방 "왕진"을 다닌다.

작년에도 60번이나 출장을 갔었다.

손을 본 90%이상의 "환자"는 말끔히 완치됐다.

그중에서도 작년 8월 정지사고 직전의 영광3호기를 진단해 고쳤던건 가장
보람된 기억으로 남아있다.

전력공급예비율이 2%대까지 떨어졌던 당시 영광3호기가 멈췄다면 제한송전
위기까지 몰렸어야 했기 때문이다.

봉과장은 이런 실적들을 인정받아 지난해말 "95년 한공인"으로 선정됐다.

2호봉 특별승진과 14일간의 부부동반 세계일주 특전도 얻었다.

최근 봉과장은 시간이 날때마다 발전소가 아닌 일반 공장들을 다닌다.

설비고장으로 애를 먹고 있는 업체를 돌며 "무료 진료"을 해준다.

"진동 진단은 비단 발전소 터빈뿐아니라 돌아가는 기계는 모두가 대상
입니다. 아직은 발전소에서만 이용하고 있지만 이 기술이 다른 업종에도
보급되면 기계고장을 크게 줄일수 있습니다"

일반 기업에도 "진동 진단기술"을 이전해 자신같은 "기계 의사"가
많아졌으면 하는게 봉과장의 올해 작은 소망이기도 하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