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이라는 구령과 함께 가부좌를 하고 앉아 단전호흡을 하노라면
호면사이로 빛나던 날카로운 눈동자, 마룻바닥을 울리던 발구름소리,
우렁찬 기합소리, 죽도와 죽도가 부딪히던 소리가 아련히 귓가에 맴돈다.

땀으로 뒤범벅된 몸과 마음을 조용히 정화시키는 묵상의 시간. 근무
시간에 쌓인 스트레스도 격렬한 운동에 따른 피로도 이순간 만큼은
말끔히 잊어버리고 깊은 상념에 잠긴다.

겨울의 썰렁함을 다 녹여버릴듯이 소리를 질러대며 자세연습을 하는
검우회원들의 모습에서 젊은이다운 패기를 느꼈고 그것이 마음에 들어
시작했다.

과격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다소 걱정도 했던것이 사실이지만 그런
걱정을 한순간에 떨쳐버릴 만큼 그 어느곳보다 의리에 넘친 따뜻한 모임
이라 생각을 한다.

교보생명 검우회는 검도를 통하여 회원 상호간의 친목도모및 심신단련과
원만한 인격수양을 목적으로 91년3월에 만들어진 사내 동호인 모임이다.

창단후 현재까지 자체적인 수련및 활동만 하고 있지만 회원들의 기량이
좀더 향상되고 수준이 본 괘도에 오르게 되면 "잔국사회인 검도대회"등에
단일팀으로 참가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검우회원으로는 필자가 회장, "교보의 칼"이라 자처하는 강재홍과장이
부회장, 번뜩이는 위트못지 않게 순발력을 자랑하는 이재홍대리가 총무등
현재 54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저녁 6시에서 7시30분까지와 7시40분에서 9시까지 두개조로 나누어져
있는 운동시간에는 직장상사와 선후배라는 관계를 떠나 모두 한마음으로
어우려져 검을 수련하며 그 힘든 수련과정속에서 진한 동료애를 체험할 수
있게 되는데 필자는 그것이 진정 검도를 해본 이들만이 맛보는 기쁨일
것이라 생각한다.

각자가 자기가 속해있는 부서에서 중요한 몫을 해내며 바쁜 하루일과를
보낸 이들이지만 그시간 만큼은 "검도"라는 이름아래 모두가 한 형제,
한 친구처럼 격의없는 만남으로 어우러지게 된다.

"검도"는 기 검 체의 일체를 근간으로 심신단련과 정신수양 그리고
검도의 기술연마를 하는것이 기본 목적이다.

하지만 "검도"라면 모두들 처음엔 많은 관심을 나타내지만 막상 회원에
가입하여 도장에서의 엄격한 예의와 고된 기본수련과정을 거치다 보면
계속하는 회원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상대방을 존중하며 시합에 임해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검도. 우리 모두가 이러한 검도정신으로 충만된다면 한층 더 활력
있고 패기넘치는 직장이 되리라 굳게 믿는 바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