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이치는 똑같다.

사무실에서 보는 눈이나 골프장에서 보는 눈이나 다를게 하나도 없다.

사무실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원에게는 민첩함과 통찰력이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비기너급골퍼라도 상황을 파악, 그에 맞게 행동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이는 골프장에 처음 나갔더라도 "나는 비기너요"하며 모든것이 용인될
것이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초보자들은 우선 모든 행동을 기민하게 해야한다.

볼이 숲속에 있건 페어웨이에 있건 부지런히 가서, 때에 따라서는 뛰기
까지 하면서, 칠 준비를 해야한다.

다른 골퍼들이 초보자가 칠때까지 기다리는 것만큼 지루한 경우는 없다.

멋지게 친 다른골퍼들은 모두 볼근처에 다가가 있는데 그때까지도 초보
자가 슬슬 걸어 온다면 그야말로 민망한 모습이다.

초보자들의 샷이 멀리, 똑바로 나갈리는 없고 대부분 몇십m 나가거나
숲속으로 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은 대부분 가장 먼저 쳐야 할 입장이라
는데서 한층 부지런한 행동이 요구된다.

<>.그러나 부지런히 가서 빨리 빨리 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앞에 사람이 있거나 다른 골퍼들이 샷을 하고 있는 도중에는 샷을 하지
말아야 한다.

골프는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고 남의 플레이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홀컵에서 볼이 멀리 떨어져 있는 골퍼부터"라는 플레이 순서에 입각,
자기차례가 됐을때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없도록 하라는 얘기다.

처음 플레이 하다보면 사실 다른사람의 플레이나 샷의 순서에 대해
정신을 쏟을 겨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기본태도만은 "열심히 쫓아디니는 모습"이 돼야한다.

처음 플레이 하는 골퍼치고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치세요"라는 소릴
들어보지 않은 골퍼 없을 것이다.

이는 동반자들이 "이리 치고 저리 치며 정신없는 비기너"에게 늘 하는
소리다.

그러나 이 경우 역시 초보자들은 말귀를 알아들어야 한다.

그것은 전체적 플레이를 천천히 하라는 얘기가 아니라 스윙만을 천천히
하라는 얘기다.

"스윙은 천천히, 걸음은 빠르게".

이는 필드행이 처음인 골퍼나 구력이 30년 된 골퍼나 공히 부합되는
말이자 골퍼들이 평생 머리속에 박아 놓아야 하는 경구이다.

<>.솔직히 다른 골퍼들은 비기너의 골프실력에 큰 신경도 안쓰고 전혀
기대 거는 것도 없다.

그들 생각에 "상황은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다른 골퍼들이 보는 것은 비기너의 매너,비기너의 "올바른 열의"뿐이다.

부지런히 걷고 성의껏 치는 것만이 초보자골프의 제1덕목이다.

< 김흥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