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라고 쓰여 있길래 구로다가 저러는가 싶은듯 그제야 모두
호기심이 가득한 그런 눈빛으로 구겨진 참간장을 도로 펴서 돌려가며
읽기 시작했다.

그 참간장의 첫머리에는 "오직 자신의 권력에만 눈이 멀어 위로 성명을
가리고, 아래로 공의를 가로막아, 사이고다카모리를 국적으로 몰아서
정벌한 대간신인 오쿠보도시미치를 우리는 천의를 받들고, 민의에 따라
단호히 쓰러뜨린다"라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현정부의 다섯가지 실정을 나열하였다.

첫째, 공의를 두절하고, 민권을 억압하여 정사를 사유물처럼 마음대로
하고있다.

둘째, 법령을 제대로 시행하질 않고,청탁이 공공연히 행해져 부패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셋째, 당장 필요하지도 않은 공사를 대량으로 발주하고, 전시를 위주로
일을 꾸며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있다.

넷째, 우국충절의 사족들을 혐오하고 소외시켜 불만을 안으로 쌓이게
하여 내란의 원인 제공을 하고있다.

다섯째, 서양인들과 필요이상 교제하여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키고 있다.

그리고 끝으로 구로다기요다카의 마누라 살해사건을 들먹여 그것을 사실
무근인양 허위 검시를 해서 덮어버린 오쿠보의 처사를 비난하고, 지도층의
도덕성 결여를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 끝대목 때문에 구로다가 벌겋게 상기되어 참간장을 북북 구겨 내던
졌던 것이다.

궁내경은 도쿠오지사네미쓰 였다.

다른 각료들은 대체로 그 참간장에 대하여는 메이지 천황에게 보고를
않는게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도쿠오지는 구겨진 참간장을 직접 들고가서 보여드릴수는 없으나,
그 내용은 보고하는게 자기의 책무라면서 일어섰다.

"폐하, 오늘 아침 출근길에 오쿠보 내무경이 자객들에 의해서 살해되고
말았습니다" 도쿠오지의 보고를 받은 메이지 천황은, "뭐라구요? 오쿠보가.

"어이가 없는듯 입이 딱 벌어지더니, "아- 하늘은 짐을 두번이나 슬프게
하는구나" 탄식을 하듯 말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두 눈에는 핑 눈물이 어리고 있었다.

사이고가 죽은지 8개월뒤에 그 보복의 손길에 의해서 오쿠보도 참혹한
최후를 맞아 역사의 장막뒤로 사라져 갔다.

** 전편 끝 **

<> 소설 "제국의 칼"은 작가의 건강사정에 따라 제3부를 끝으로 일시
중단됩니다.

그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