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을 앞둔 은행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예전에는 주총을 한두달 앞두고부터 인사청탁과 투서가 난무하는등
한바탕 소란을 겪었다.

그러나 올핸 주총을 1주일 앞두고도 적막강산일 정도로 조용하다는게
은행가의 얘기다.

한 비서실장은 "일부 임원후보들의 경우 오해를 받을까봐 오히려 임원실
출입을 삼가고 있어 임원실주변은 평소보다 더 한산할 정도"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은행들은 이를 두가지측면에서 해석하고 있다.

하나는 문민정부출범이후 은행인사의 자율화가 정착돼 외부 청탁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

과거 군사정권시절에는 주총을 앞두고 이른바 권력기관으로부터의
청탁전화가 은행장실로 줄을 이었지만 문민정부들어선 거의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국회의원등이 가끔 지역구민원 해결용으로 청탁을 하지만 부탁을 하는
사람들도 "청탁"이 아닌 "추천"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어 은행측에
큰 부담으로는 작용하지 않는다.

두번째는 은행장추천위원회제도 도입으로 대부분의 시중은행에서
자행출신 행장을 선임하는 탓이다.

은행에서 30년이상 일한 사람들이 은행장이 된 만큼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를 잘 알아 다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거의 없다는 설명이다.

정지태상업은행장은 평소 부점장 회의를 할때 일을 열심히 하는
부장들이 임원으로 승진할 것이라고 누누히 강조,임원후보자들로
하여금 로비나 투서보다는 일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이관우한일은행장은 아예 지점장들의 사적인 본점출입이나 부장들의
행장실출입을 봉쇄해 버렸다.

최근에는 한 지점장이 본점에서 열린 회의가 끝나고도 돌아가지 않고
남아있다가 행장에게 혼쭐이 난일도 있었다.

일은 않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후보자격을 박탈하겠다는 뜻이다.

한미은행이나 동화은행등 자행출신 행장이 아닌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홍세표한미은행장은 이미 지난해 임원후보에 대한 일정 "자격기준"을
마련,공표했다.

따라서 임원후보들은 행장실을 찾기보다는 "개혁의지와 영업실적"이란
기준을 충족시키는 심혈을 기울기고 있다.

동화은행의 경우 그동안 이북 5도의 각 도별로 청탁이 많아 인사가
어려웠던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이재진행장이 들어선 이후 직원인사를 영업실적에
따른 "원칙"대로 해왔다.

임원승진도 예외는 아닌만큼 임원후보들도 원칙에 충실하려한다.

물론 압력이 전혀없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게 요즘 유행하는 노조의 인기투표다.

그러나 이는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외부의 청탁과 불필요한 로비등을
막고 주변에서 인정하는 사람이 임원되는 긍정적인 역할이 많다는
시각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결국 주총을 앞둔 은행들은 분위기는 한마디로 "진인사대천명"라는
말로 요약할수 있다.

<육동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