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새지평을 열자] (5) 노조 자립기반 다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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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조예산 24억6천만원. 조합비 노조신문광고비 이자등으로 자체조달
가능.올해 적립금 22억원 돌파" 현대자동차 노조의 올해 살림살이 내역이다.
이 회사 노조는 사측과 타사의 눈치를 보지않고 독자노선을 걷고있다.
재정적 뒷바침이 든든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 노조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이다.
현대자동차노조의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있다.
"기본급 1%를 조합비로 받고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노총지부
금속연맹본부등 관련단체 4곳에 의무분담금을 내고나면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는 이대영 한국전자노조위원장의 말은 우리나라 노조의 재정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노조 전임자"문제도 결국은 노조의 재정문제와
얽혀있다.
노동계는 조합비상한선이 임금 2%이내로 묶여있는 상태에서 전임자급여를
조합비로 부담하면 사업예산을 자체 충당하기가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합비를 많이 걷는 대형업체노조도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조합원이 많을수록 사업예산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노조관계자는 급여의 1%를 조합비로 걷고 있지만 올해 예산
11억원에는 못미치는 규모라고 밝혔다.
LG전자(금성사)노조 성무용사무국장은 "매월 1인당 기본급의 1%인 4천
5백원을 받아서는 올해 예산 5억원과 적립금 3천만원을 마련할 수 없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노조의 재정적 독립이야말로 자립성 확보의 필수조건이다.
조합비상한선 철폐등 정부의 조치도 뒤따라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뿐만아니라 거둔 돈을 제대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 문제이다.
"조합비 인하"는 위원장선거에서 "도전자"가 내세우는 단골공약이다.
집행부의 예산집행에 의혹을 제기하면 쉽게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게 현실이다.
조합발전을 위한 투자보다는 "자리"유지용 전시행사에 지출을 많이한다는
비판도 자주 제기된다.
노조가 홀로서기 위해서는 우선 돈관리부터 제대로 해야한다는 자성의
소리도 나온다.
이에따라 예산편성과 집행에 대한 사전사후관리에 신경을 쓰는 집행부가
나오기 시작하고있다.
"조합원간 신뢰구축을 위해 노조공개주의를 원칙으로 삼고있다. 조합비
내역 찬조금등 금전부분을 조합원에 공개하고 조합원의 문제제기에 답변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다"(김순구 한국감정원노조위원장).
"가난한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공정한 게임을 벌일 수 없고 "깨끗하지
않은 집행부"는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재정적 독립성 확보와 동시에 투명한 운용은 노조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확립해야할 과제이다"(노동교육원 류장수박사).
의사결정의 비민주성도 노조의 자립기반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직권 조인"을 했다가 성토를 당해 물러난
집행부도 있다.
한보철강 부산공장의 지난해 분규가 좋은 사례다.
아산으로의 이전을 앞두고 노조집행부는 3월초 "임금동결"결의를 사측에
제출했다.
그러나 반대측 조합원들이 "밀실합의"라고 성토하고 나서자 집행부는
사퇴하고 말았다.
사측은 8월에 새로 구성된 집행부와 협상을 다시 나서 1월말 시작한
임.단협을 12월4일에야 끝마칠 수 있었다.
집행부의 조직관리력 부재도 개선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있다.
파업 개시 일주일도 안돼 집행부 몇명만 앉아있는 농성현장도 자주
발견된다.
지난해 3개월 동안 파업한 S사 노조의 경우가 이런 예를 잘 보여준다.
사측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자 집행부는 곧바로 정문앞에서 항의집회로
맞섰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나면서 조합원들은 떨어져나갔다.
노사간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자 일당을 벌기위해 공사현장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파업현장을 빠져나간 조합원들을 집행부는 결국 불러들이지 못했다.
최근들어 노동운동환경은 급변하고있다.
"임금"보다 "여가"를 더 소중히 여기는 신세대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참근로자들도 특근수당 잔업수당을 포기해가며 조합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연세대 김황조교수(노사관계학회장)는 이전 추세와 관련. "노조가
비조합원과 일반시민들에게도 노동조합이 정말 필요한 조직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노조가 환경운동등 공익사업을 벌여나가면서
"조용한 혁명"(silent revolution)이란 사회적 평가를 받고있다고
전했다.
조합원의 권익뿐만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중요시하는 경쟁력있는
노동조합이 앞으로 나와야한다는 얘기다.
자립기반을 갖추고 장기비전을 제시해야만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얻어낼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
가능.올해 적립금 22억원 돌파" 현대자동차 노조의 올해 살림살이 내역이다.
이 회사 노조는 사측과 타사의 눈치를 보지않고 독자노선을 걷고있다.
재정적 뒷바침이 든든하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 노조들의 부러움을 살 정도이다.
현대자동차노조의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은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있다.
"기본급 1%를 조합비로 받고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그나마 노총지부
금속연맹본부등 관련단체 4곳에 의무분담금을 내고나면 빈털털이가 되고
만다"는 이대영 한국전자노조위원장의 말은 우리나라 노조의 재정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노조 전임자"문제도 결국은 노조의 재정문제와
얽혀있다.
노동계는 조합비상한선이 임금 2%이내로 묶여있는 상태에서 전임자급여를
조합비로 부담하면 사업예산을 자체 충당하기가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합비를 많이 걷는 대형업체노조도 돈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조합원이 많을수록 사업예산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기아자동차 노조관계자는 급여의 1%를 조합비로 걷고 있지만 올해 예산
11억원에는 못미치는 규모라고 밝혔다.
LG전자(금성사)노조 성무용사무국장은 "매월 1인당 기본급의 1%인 4천
5백원을 받아서는 올해 예산 5억원과 적립금 3천만원을 마련할 수 없는
형편이다"고 말했다.
노조의 재정적 독립이야말로 자립성 확보의 필수조건이다.
조합비상한선 철폐등 정부의 조치도 뒤따라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뿐만아니라 거둔 돈을 제대로 쓰는 것도 중요하다.
예산집행의 투명성과 효율성 문제이다.
"조합비 인하"는 위원장선거에서 "도전자"가 내세우는 단골공약이다.
집행부의 예산집행에 의혹을 제기하면 쉽게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게 현실이다.
조합발전을 위한 투자보다는 "자리"유지용 전시행사에 지출을 많이한다는
비판도 자주 제기된다.
노조가 홀로서기 위해서는 우선 돈관리부터 제대로 해야한다는 자성의
소리도 나온다.
이에따라 예산편성과 집행에 대한 사전사후관리에 신경을 쓰는 집행부가
나오기 시작하고있다.
"조합원간 신뢰구축을 위해 노조공개주의를 원칙으로 삼고있다. 조합비
내역 찬조금등 금전부분을 조합원에 공개하고 조합원의 문제제기에 답변
의무를 명문화하고 있다"(김순구 한국감정원노조위원장).
"가난한 노조"는 사측을 상대로 공정한 게임을 벌일 수 없고 "깨끗하지
않은 집행부"는 조합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재정적 독립성 확보와 동시에 투명한 운용은 노조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반드시 확립해야할 과제이다"(노동교육원 류장수박사).
의사결정의 비민주성도 노조의 자립기반을 약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직권 조인"을 했다가 성토를 당해 물러난
집행부도 있다.
한보철강 부산공장의 지난해 분규가 좋은 사례다.
아산으로의 이전을 앞두고 노조집행부는 3월초 "임금동결"결의를 사측에
제출했다.
그러나 반대측 조합원들이 "밀실합의"라고 성토하고 나서자 집행부는
사퇴하고 말았다.
사측은 8월에 새로 구성된 집행부와 협상을 다시 나서 1월말 시작한
임.단협을 12월4일에야 끝마칠 수 있었다.
집행부의 조직관리력 부재도 개선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있다.
파업 개시 일주일도 안돼 집행부 몇명만 앉아있는 농성현장도 자주
발견된다.
지난해 3개월 동안 파업한 S사 노조의 경우가 이런 예를 잘 보여준다.
사측이 직장폐쇄 조치를 취하자 집행부는 곧바로 정문앞에서 항의집회로
맞섰다.
그러나 하루하루 지나면서 조합원들은 떨어져나갔다.
노사간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자 일당을 벌기위해 공사현장으로
떠나버린 것이다.
파업현장을 빠져나간 조합원들을 집행부는 결국 불러들이지 못했다.
최근들어 노동운동환경은 급변하고있다.
"임금"보다 "여가"를 더 소중히 여기는 신세대 근로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고참근로자들도 특근수당 잔업수당을 포기해가며 조합활동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연세대 김황조교수(노사관계학회장)는 이전 추세와 관련. "노조가
비조합원과 일반시민들에게도 노동조합이 정말 필요한 조직임을 보여줄
수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노조가 환경운동등 공익사업을 벌여나가면서
"조용한 혁명"(silent revolution)이란 사회적 평가를 받고있다고
전했다.
조합원의 권익뿐만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중요시하는 경쟁력있는
노동조합이 앞으로 나와야한다는 얘기다.
자립기반을 갖추고 장기비전을 제시해야만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관심을 얻어낼 수 있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