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성이 낮은 대학교육과 졸업생들의 고시준비로 대학고급인력의
취업률이 선진국대학보다 저조해 인력양성의 경제적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KIET)은 16일 "고급인력취업실태의 국제비교"(정진화
부연구위원)자료를 통해 서울대 동경대 미MIT대및 대만대의 경상계열과
공학계열졸업자들을 비교 분석,이같이 발표했다.

조사결과 서울대경상계열 학부졸업자중(94년기준) 31.4%가 진학하고
31.2%만이 취업하며 군입대(5.2%)를 뺀 32.2%는 고시나 유학준비를
하느라 직장을 갖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경대경상계열의 졸업자중 81.9%,MIT대경상계열졸업자중 47.6%가
학부졸업즉시 취업하는 것에 비하면 취업률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작년도 서울대경상계열학부졸업자는 모두 4백1명이었다.

이중 32.2%인 1백29명이 고시나 유학준비때문에 자발적 실업상태에
있는 것이다.

공학계열학부졸업자의 취업저조현상은 정도가 더 심해 서울대는
취업률이 16.9%에 불과했다.

반면 이비율이 동경대는 39%,MIT대는 43.5%였다.

취업내용도 차이가 크다.

동경대와 MIT대 공학계열학부졸업자중 취업한 사람은 90%가 기업과
금융기관으로 들어갔다.

반면 서울대공학계열을 졸업해취업한 사람중에서는 60%만이 기업을
선택했다.

나머지 40%는 언론기관 국영기업 각종협회 자영업자나 시간강사등이었다.

산업연구원은 학부졸업자들의 취업률이 낮은 이유로 경상계열은 고시
준비,공학계열은 병역혜택을 노린 대학원진학을 들었다.

바꿔 말하면 서울대학생중 기업에 취직하느니 고시공부를 하느게
낫고,군대보다는 대학원을 선호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물론 대학교육의 현장성이 낮다는 점도 취업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박사급에서도 취업은 저조했다.

서울대경상계열박사의 2.6%,공학계열박사의27.6%만이 기업으로 유입됐다.

MIT대경상계열박사의 9.5%,공학계열박사의 37.4%가 취업하는 것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이는 서울대경상계열박사의 66.7%가 대학으로 유입되는데서 알수있듯
박사들이 주로 대학에 남으려 하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서울대경상계열및 공학계열박사의 취업율이 낮은 것은
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대학에 남는 것보다 보수가 적은게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는 대학마다 비슷한 규모의 인력을 배출하더라도 인력양성의
경제적효과는 각각 다르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산업연구원은 앞으로 고급인력의 활용도를 높이기위해서는 대학교육의
현장성을 강화하는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를위해 재학생의 현장실습및 연구참여를 제도화하고 대학과 기업간의
인적 물적교류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대학정원산출이나 교과과정의 개폐및 예산배분까지 산업체의
인력수요와 학생들의 선호도를 감안해 대학이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특히 고급인력의 공공부문선호도를 낮추고 기업으로의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공하는 금전적 비금전적 보상을 이들의
취업성향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 고광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