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에서는 요즘 "포스트 자본주의" "탈 자본주의"라는 용어가
많이 쓰여지고 있다.

그리고 21세기는 바로 그런 사회가 된다고들 말한다.

이와관련,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이론전개를 해 나간다.

자본주의는 "학문의 전문화 <> 기술의 세분화"의 방식으로 발전되어
왔다.

그런데 발전과정이 "학문의 고도전문화 <>기술의 고도세분화 <>제품의
고도 차별화"의 단계로 바뀌자 포스트 자본주의가 되었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는 "포스트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지식사회로의 이행"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대량생산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바뀌고 생산구조도 생산구조도
대기업의 "자기완결형"으로부터 조립 메이커(대기업)와 부품 메이커(중소기
업)간의 "계열화형"(분업생산구조)으로 변하게된다는 것이다.

부품 외주율이 70%를 넘는 일본 자동자가 미국 자동차 "빅3"를 앞지르자
미국 자동차업체도 즉각 외주율을 높임으로써 반격에 나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은 좋은 예에 속한다.

이처럼 21세기는 고도전문화 고도세분화 고도차별화를 지향하는
학문중심.중소기업 중심의 경쟁시대가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 드러커는 이같은 시대의 유일한 생산요소,즉 추진력은 "학문"
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지식사회에 있어서의 사회구조는 "자본가 대 프로레타리아"가
아니라 "지식노동자 대 서비스노동자"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현재 고도전문화된 학문은 커녕 한글 전용 때문에 학문자체가
없어지게될 형편에 놓여있다.

상품경쟁에서 이기기위해서는 기술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기술경쟁에서
이기려면 학문의 경쟁,즉 책의 경쟁에서 이겨야한다.

그런데 해방후 50년이 지났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경쟁력을 갖는
단 한권의 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필자는 두개의 연구 발표회에 참석했다.

하나는 "한국의 산업구조와 대기업"에 관한 심포지엄 이었는데 발표자들은
우리나라 대기업이 반시대적이라는 점을 흥분된 어조로 강조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세계를 돌아 다니면서 구조적 선진국의 경우 고도의 기술을
갖춘 다양한 중견기업에 힘입어 지적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고 새삼스레
열등의식을 느꼈다고 생각했다.

일본책을 열면 의레히 나오는 "대기업 해체" "대기업 공동화"등의
용어에 나 자신 컴플렉스를 느껴왔기 때문이었다.

우리 정부 역시 이같은 열등의식을 느꼈는지 업종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성공할 수가 없게끔 되어있다.

왜냐하면 한글전용때문에 학문 자체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도 21세기는 "대두뇌 시대"라고 하고 후진국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문의 부족이라고했다.

필자가 참석한 또 하나의 행사는 "이제 아이들을 입시지옥에서 해방
시켜주자"는 내용의 심포지엄이있다.

모 교수는 고교 3학년이 있는 가정은 마치 지옥과 같다는 말까지 했다.

결론은 평균점 교육을 지양하고 적성교육을 실시하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면서 어린 시절 친구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는 어릴때부터 동서고금의 어려운 철학 문학책을 두루 섭렵했지만
학교 성적은 상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우리나라 고고학의 개척자가
되었는데 국교때부터 읽은 다양한 과외서적이 그의 학문의 기초가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일본 책방에 가보면 동서고금의 고전은 물론 고도의 전문서적이
완비되어있다.

이것이 일본의 무역수지를 만년흑자로,그리고 일본을 고도부품공급국으로
만들어 놓았다.

일본을 고도기술 중견기업 중심체재로,즉 구조적 선진국으로 만든 것도
바로 이같은 학문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한글전용에 의한 학문파괴로 일본과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 나온 "2세부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책에는 생후 4개월부터
한자를 가르쳐 우수아를 만들려는 민간운동이 일본에 퍼지고 있다고
적혀있다.

표지에는 "3세는 늦다 2세의 우수아가 속속 나오고 있다"라고 씌어있다.

지난해 내한한 석정훈옹은 한자를 가르치는 유치원을 동경에만 2천개
만들어 놓았다.

그는 "한자흥국론"이라는 책을 썼는데 그 부제가 "IQ를 높이는 한자교육"이
다.

이것이 고도부품입국을 국시로 하는 일본의 기본전략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핵심부품과 자본재 수입으로 대표되는 종속형 적자성장
패러다임을 버릴때가 왔다.

자립형 성장 패러다임을 채택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곧 "학문의 고고도 전문화 <>기술의 고도세분화 <>제품의
고도 차별화"를 말하는 것이다.

연초에 산업은행이 3천억원을 중소기업 지원에 책정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것은 시의적절한 것 이었다고 생각된다.

나는 한국은행의 독립을 주장한다.

경제학사에는 하나의 불가사의가 있다.

T.말사스와 J.홉슨은 "악분배에의한 과잉저축"이 불황의 원인이므로
악분배를 수정하면 불황도 해결된다는 극히 상식적인 주장을 했다.

이 이론만큼 경제학사에서 비판을 많이 받은(특히 마르크스에 의해)이론은
없다.

케인즈는 "악분배"의 해결 대신에 통화증발에 의한 구매력창조를
주장했다.

전후 50년이 지난 오늘 하나의 결론을 얻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악분배" 수정을 노력한 일본이나 독일은 인플레 없는 성장을 이루어
왔지만 케인즈의 정책을 의지한 미국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R.바트라라는 인도주의 경제학자는 1995년과 2010년
사이에 악분배에 의한 대불황이 발생,자본주의는 끝나고 만다는
예언까지 하고 있다.

우리라나도 과거의 관주도 통화관리로부터 벗어날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