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는 약5000년전 바빌론의 남부도시 숨머( Sumer )에 있는 사원에서
처음으로 발명 사용된 이후 최근까지 비교적 충실히 화폐 본래의 기능
즉 교환의 매개 가치저장,그리고 지불수단으로의 기능을 수행에 오면서
인류 경제발전에 기여한바가 컸던 것이다.

화폐없는 경제를 생각한다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전자정보통신 기술혁신과 새로운 금융긱법의
발달로 화폐는 이미 동전 지폐 수표와 같은 단순한 유형의 물체가
아니라 전 세계적 전산망에 입력되어 숫자로만 나타나는 무형의
거대한 시스템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새로운 화폐는 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테이프등에 저장되어
있으며 전자통신시스템을 통하여 전 세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법도 전통적 금융업무에 선물 옵션등 파생상품까지 등장하여
금융자산이 어던 형태로든 거래가 가능하게 됨은 물론 투기적 거래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하게 되었다.

이와같은 금융시스템을 통하여 국제적으로 하루에 거래되는 돈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1986년 2,800억달러이던 것이 1990년에는 7,000억
달러,그리고 1994년에는 1조3,000억달러로 무려 4.5배이상 급증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돈은 본래의 목적인 무역거래에 대한 지불수단으로
사용되는 금액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은 단기적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투기적 목적으로 주식및 채권 선물및 옵션 거래에
사용된다는 것이다.

현재 이와같은 금융경제의 규모는 실물경제보다 최저 20배내지 최고50배
정도 더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이들사이의 괴리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같은 투기적 금융메카니즘으로 인해 자금이 생산적 부문에서
비생산적 서비스부문으로 급격히 이동하게 되고 또한 이러한 서비스업을
지원하기 위한 소프트 통신 컴퓨터산업등 3,4차 정보산업부문이 급격히
발달하게 되어 기존의 제조업부문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투기적 금융거래는 국제금융시장에 불안정과 자본의
과대편중을 가져온다.

왜냐하면 기는 리스크를 수반하며 리스크가 증대함에 따라 많은 도산과
함께 부의 집중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정도의 투기적 현상은 금융시장의 활력을 위하여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투기적 금융거래는 자금의 비생산적 부문으로의 이동,
금융시장 불안정,부의 과대편중등을 야기하고 이로 인하여 지역간
계층간 부의 격차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금융시장의 발달이 실물경제와 괴리되어 단기적 금융이익만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예를 들어 예금과 같이 금융기관을 통한 간접금융은 실물경제로 자금이
연결되는 반면 주식거래는 대부분 실물경제와 직접적 연계가 없는
유통시장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기업의 직접적 자금조달 창구인 발행시장을 위하여 어느정도 유통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물경제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유통시장
이 과열될 경우 실물경제의 희생속에 투기적 금융거래가 증가되어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을 증대시키게 될것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80년대 새로운 투기상품으로 등장한 것이 파생금융상품
이다.

물론 이들 상품도 간접적으로는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지만 최근에는
극도로 투기화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해는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오렌지카운티(군)가 금리스와프라는
파생금융상품투기에 손을 댔다가 무려 15억달러의 손실을 입는 바람에
파산보호신청까지 낸바 있다.

파생금융상품으로 돈을 날린 피해자는 오랜지 카운티에 국한되지 않고
기업 은행 대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급속히 통합되어 가는 세계경제 속에서 국가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음을 감안할때 앞으로 중앙은행등 금융당국의 역할은
점점 약화되고 금융시장은 다국적 대형금융기관에 의해서 주도될
것이다.

이들 기업은 한 국가의 경제보다는 기업자체의 이윤을 추구하기
위하여 돈이 된다면 지구촌어디에서 어떠한 일도 추진하려 들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지구촌은 몇몇 이러한 대형 다국적 기업이 지배하게
됨으로써 자본의 편재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다.

현재 많은 금융기관들은 국내는 물론 해외금융기관과 흡수합병을
통하여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고 이윤이 남는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어떠한 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금융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베스트 셀러였던 "1990년의 대공황( The Depression of 1990 )"의
저자 라비 바트라 교수는 현재의 투기적 금융거래와 자본집중현상이
지속되면 세계경제는 악화되어 머지 않아 21세기를 맞이하기 전에
붕괴될 것이라고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

또한 미국 뉴욕 타임즈의 컬럼리스트 커츠만씨도 그의 저서 "화폐의
종말( Death of Money )"에서 정부는 금융시장에 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기적 금융자산에 대한 거래세를 강화하여 순간적 차익을 노리는
투기를 억제하고 통화공급을 엄격히 규제하여 금융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현재 경제효율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금융의 자율화 개방화 국제화를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과는 정반대의 입장으로 아이로니라고 할수밖에 없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