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한햇동안 우리의 대일무역적자가 사상 최대규모인 118억달러로
최종 집계되었다.

이기간중 전체무역적자가 63억달러였으니까 대일적자 제외한다면
우리는 작년에 55억달러의 흑자국이었던 셈이나 다름없다.

전세계수출시장에서 한푼 두푼 번 돈을 우리돈까지 얹어 뭉텅이로
일본에 털어넣은 장사를 한 셈이다.

지난해에 엔화강세와 이에따른 일본의 경기퇴조등으로 우리제품의
대일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높았음에도 무역적자가 오히려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은 우리의 만성적인 일본의존형 산업구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경기가 되살아나고 수출이 늘어날수록 일본에서의
수입물량도 자동적으로 확대되는 특성을 갖고있다.

설비확장을 위한 자본재수입은 물론 완제품생산에 소요되는 부품들도
집중적으로 모두 일본에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작년의 경우 전체 대일수입액중 원자재와 시설재가 90%이상이나
됐다는 사실은 이를 반증한다.

우리의 대일의존형 산업구조를 고치지 않고서는 무역적자문제가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준다.

경기팽창추세가 지속된 94년한햇동안에도 대일수입증가율(26.9%)이
수출증가율(16.9%)을 훨씬 웃돌았다는 것은 바로 이를 증명한다.

부존자원등의 형편상 우리의 무역구조는 본래 가공무역중심일수밖에
없었겠지만 원부자재나 자본재도입이 이처럼 일본에 지나치게 편중
되어서는 우리경제가 일본에 예속되는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떨쳐버릴수
없게 된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와 업계가 펼쳐온 수입다변화노력이라든가 부품산업
육성,유망수출상품개발등 대일역조축소노력을 평가한다.

하지만 WTO(세계무역기구)출범으로 수입선다변화정책의 지속적 실시가
사실상 어렵게 되는등 앞으로의 대일무역환경은 우리에게 더 불리해질것
전망이다.

이러한 무역여건의 변화와 관련,대일적자를 줄이려면 무작정 수입만
억제하기보다는 일본에 대해 수출을 늘려 대일무역의 확대균형을
도모하는 쪽으로 수출정책을 강화하는게 바람직하다.

일본시장이라고해서 난공불락의 요새는 아니다.

전략수출품목을 집중육성하고 일본시장의 특성인 다품종 소량생산제품을
중점개발하며,일본시장개척에 성공한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는등
역조축소를 위한 다각적인 전략을 끊임없이 추진해 나가는게 중요하다.

정부.기업은 대일무역적자가 이제 더이상 확대돼서는 안될 우리경제의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갖고 국내산업구조와 기업경영방식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는 대일적자문제가 고질적 현상이므로 백약이 무효라는 식의 패배주의
의식에서 정부.기업이 벗어나는데서부터 출발한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