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입지와 업종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아무리 좋은 상권에 위치한 점포라해도 업종이 적합하지 않으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반대로 별로 좋지 않은 상권이지만 유난히 잘 되는 점포가 있다.

이 경우에는 업종이 그 상권에 잘 어울린다고 보면 틀림없다.

박모씨는 2년전 배후단지가 1,000가구이상인,강남의 한 아파트단지내
상가에 유아용품점을 개설했다.

그는 당초 비디오테이프대여점을 내려고 했으나 인근에 대형 테이프
대여점이 있어 그것을 포기하고 대신 유아용품점을 선택했다.

단지규모가 큰데다 대부분 대형평형이어서 유아용품중에서도 고급
브랜드를 취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씨는 1년도 못버티고 가게문을 닫고 말았다.

이유를 살펴보자. 박씨가 가게를 낸 곳은 배후단지가 1,000가구가
넘어 일단 일급상권으로 분류할수있다.

중대형평형이 밀집해 있어 구매력도 뛰어난 곳이다.

막연히 생각할 때는 어떤 업종의 점포를 내도 가게가 "유지"될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박씨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점이 있다.

거주자들의 성격이다.

일반적으로 중대형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40대중반 이상이다.

이들의 자녀는 적어도 중고등학교에 다닐 연령층이다.

유아용품이 팔릴 이유가 없다.

박씨가 중대형 평형이 아니고 결혼초기의 부부들이 많이 사는 중소형
아파트단지에 유아용품점을 개설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돈가스전문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얼핏 보기에는 중대형 아파트단지에서도 장사가 그런대로 될것 같다.

하지만 중대형 아파트 단지에 개설한 돈가스전문점은 한결같이 고전하고
있다.

이유는 유아용품점과 마찬가지이다.

중대형 아파트 입주자들중에는 돈가스의 주고객인 어린아이들이 많지
않기때문이다.

상권에 적합한 업종을 선택하기위해서는 입체적 사고가 필요하다.

주고객은 누구인가,전문점인가 편의점인가,고가품을 취급해야하나
중저가품을 취급해야하나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한다.

좋은 입지는 그 입지에 어울리는 업종을 선택했을 때에만 살아
난다.

< 이정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