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올해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되면서 대대적인 조직개편및
임원물갈이가 진행되고 있다.

급변하는 금융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한 예로 경영실적이 부진했던 대동은행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무배당을 의결하였으며 올해 새로 선임된 5명의 임원중 4명을 외부인사로
채웠다.

어제 주총이 열린 8개 시중은행및 기타 2개 은행에서도 임기가 끝난
임원의 상당수가 물러났다.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관행이 뿌리깊고 한번 은행임원이 되면 웬만하면
연임이 되며 그 뒤에도 은행 자회사의 임원으로 상당기간 머물렀던
과거에 비하면 이같은 주총결과는 가히 충격적이라고 할만 하다.

이처럼 대대적인 임원물갈이를 통해 은행들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효과를 기대할수 있을 것이다.

우선 하루가 다르게 빨리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은행경영진을 세대교체한다는 측면이 있다.

"기린도 늙으면 노새가 된다"는 옛말대로 과거에 아무리 좋은 경영실적을
올렸다고 해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앞날을 보장할수
없다.

또 한가지는 경영실적에 따라 평가받는 신상필벌원칙의 적용이다.

경영실적이 좋았던 광주은행의 경우 초임 임기가 끝난 임원들이
한직급씩 승진되고 10.5% 배당을 의결하는등 대동은행 등과는 대조적이었던
것이 좋은 예이다.

끝으로 경영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비록 외부인사라 해도 유능한
경영진의 영입이 필수적이며 인사적체 등은 나중의 일이라고 할수
있다.

다만 "악화가 량화를 구축"하는 일이 없도록 권한과 책임의 구분을
명확히 해야 할것이다.

이밖에도 서울신탁은행등 여러 은행들이 은행이름을 바꾸거나 조직개편을
하는등 분위기를 쇄신하고 고객들에 대한 인식을 강화시키는 작업에
바쁘다.

물론 이런 일들도 나름대로 중요하겠지만 어쩐지 겉도는 인상을
지울수 없다.

정부가 앞장서서 세계화다,개혁이다 하며 변화해야 산다고 떠드니까
시늉이라도 하자는 수동적인 자세의 단면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 내실을 기한다면 전문가양성,전산시스템개선,위기관리체제정비
등 근본적이고 시급한 과제들에 손을 대야 하는데 이쪽은 별로 진전이
없는 모습이다.

이런 문제들은 거의 하나같이 상당한 시간과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임기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는 경영진이 행동을 주저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총시즌에서 대폭적인 은행경영진의 교체가 우리 은행들의
보다 과감한 체질개선을 향한 청신호이기를 기대해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