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LG그룹 신임회장은 22일 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LG
그룹을 정직.성실.공정의 바탕위에서 고객에 최대한 만족을 주고 사원 주주
협력업체에 책임을 다하는 세계기업으로 키워 나가겠다"며 "이것이 새 경영
모토인 정도경영이며 LG의 궁극적 지향점인 국민기업으로의 길"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내용을 간추린다.

-회장직을 승계하신 소감은.

"이.취임식때 어른(구자경명예회장)께서 그룹기를 건네주시면서 "잘해
보레이"라며 악수를 청하시더군요.

솔직이 어른과 악수를 해본 것은 난생 처음입니다.

온갖 감회가 교차했습니다.

언젠가 중임을 맡을 것이란 생각은 해왔습니다만 그 시기가 빨리 닥쳤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더구나 작년 1-2개사를 빼고는 그룹각사의 영업실적이 창업이래 가장
좋았습니다.

제일 좋을 때 경영을 인계받았다는 점도 부담스럽고요.

정도를 걷는 경영으로 맡겨진 소임을 다할 각오입니다"

-정도경영이란 무슨 뜻인지요.

"복잡한게 아닙니다.

LG맨은 누구나 정직하고 하는 일은 언제나 공정하며, 매사에 성실해야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신임회장께선 "젊음"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경영을 펼 것이란
그룹안팎의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자꾸 그렇게들 말하니까 당혹스럽고, 부담도 됩니다.

제가 회장이 됐다고 해서 기존 경영패턴이 크게 달라질 것은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분야에 과감히 투자하는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그룹 주력은 어디까지나 전자와 화학업종입니다.

다만 21세기 유망산업인 정보통신 환경 에너지 유전자공학 멀티미디어
등에는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자본과 인재가 허용하는 한 과감하게 진출할 것입니다.

물론 다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선별해야 되겠지만.

조만간 제2혁신을 위한 "2020년을 위한 경영구상"을 구체화해서 이를 달성
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2020년 구상"은 어떤 내용을 담게 될 것인지요.

"그룹 각사를 세계 초우량기업으로 육성한다는게 골자입니다.

매출1등이 돼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세계 10위권에는 들어야 WTO(세계무역기구)체제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역시 중요한 것은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고도화이지요"

-전임회장께서 신임회장은 앞으로 15년만 할 생각을 하라고 하셨다는데.

"저도 그렇게 됐으면 합니다.

좋은 사람만 있으면 10년만 해도 좋겠고요.

사실 LG그룹의 대주주 지분율은 5%를 넘지 못합니다.

앞으로 몇 회사를 더 공개하면 그나마도 5%밑으로 떨어질 겁니다.

그렇게 되면 LG는 가족.친지들의 회사가 아니라 국민기업으로 변모
되겠지요"

-그룹 구조조정도 계획하고 계십니까.

"구상하고 있습니다.

빠른 시일내에 발표할 것입니다"

-바깥에서 보는 LG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보수적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

친족경영회사다.

뭐 이런 것들 아닙니까.

이런 것들은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고 봅니다.

단점이 되는 부분들은 21세기를 위해 타개해 나가야지요"

-그러면 앞으로 친족경영은...

"작년10월말 가족회의에서 명예회장께서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가족이더라도 임원이 되려면 각사의 경영평가위원회, 전무이상은 그룹인사
자문위원회, 사장은 사장평가위원회에서 통과돼야 합니다.

가족에게 주어지는 프리미엄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허창수전부사장이 세단계 건너뛰어 그룹2인자인 LG전선회장에
추대됐습니다.

"그건 동양적 미덕으로 봐주십시오.

저는 구가집안의 대표고 허회장은 허가집안의 대표아닙니까.

앞으로 그룹경영과 관련해 중요 결정사항이 있으면 반드시 허회장과 상의할
것입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