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 고유의 생산비밀과 판매방법등을 인력 스카웃을 통해 빼낸 뒤 제품
을 생산한 업체에 대해 생산 자체의 금지를 명하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내려졌다.

이번 판결은 최근 경쟁업체끼리 인력스카웃을 이용, 핵심기술을 빼내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법원이 지난 91년 제정된 부정
경쟁방지법을 적용, 기업간 기술빼내기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또 이번 판결에서는 지난해 미국연방법원에서 있었던 일진다이아몬드사건과
마찬가지로 영업비밀을 침해한 회사의 생산라인에 대해서도 폐기를 명했다는
점에서 법원의 지적재산권 보호의지를 엿볼 수 있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3부(재판장 김태훈 부장판사)는 22일
(주)모나미사가 (주)마이크로 세라믹사를 상대로 낸 영업비밀침해 청구소송
에서 "마이크로 세라믹사는 유성잉크제조법등 모나미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할
수 없다"며 원고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모나미사에서 14년간 근무하던 연구실장 이모씨가
마이크로 세라믹사로 스카웃되면서 모나미사 제품의 잉크제조방법 수십가지
등 모나미사의 영업비밀이 적힌 노트를 함께 가지고 간 뒤 유성잉크를 개발
하는데 이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마이크로 세라믹사는 앞으로
유성잉크의 생산등 모나미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것을 금지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모나미사의 영업비밀이 적힌 이씨의 노트는 폐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나미사측은 지난 93년 4월 연구실장이던 이씨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한
뒤 마이크로 세라믹사로 옮겨가면서 회사규칙을 무시하고 유성잉크제조법
등을 몰래 기재해 놓은 개인 비밀노트를 가져가 이를 마이크로 세라믹사에
제공, 제품을 생산하자 영업비밀침해라며 지난해 3월 소송을 냈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