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컴퓨터 상가가 술렁거리고 있다.

이 곳의 PC조립업체들이 PC를 만들 수 있는 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졸업 입학등 컴퓨터 특수가 몰리는 시기에 정작 PC의 핵심부품인 CPU와
메모리를 구할 수 없어 소비자에게 제때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관련 부품의 가격도 뛰어,지난 연말 18만원선이던 486DX-66
CPU칩이 최근에는 22만원선까지 올랐다.

1MB용 메모리는 3만5천원에서 4만원선으로 뛰었으며 최종 조립업체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연초의 이같은 용산 홍역앓이는 최근 몇년동안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조립업체 상우회등에서는 이를 "호황에 의한 부품 구입난"이며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간단하게 얘기한다.

또 용산에 보이지 않는 큰 손들이 공급시기를 조절해 부품구입난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그같은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인내심을 갖고 PC가 만들어질
때까지 몇일을 참아줄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뻔히 수요가 늘것을 알면서도 부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데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4~5년 전만해도 소위 PC를 능숙하게 다루는 "파워 유저"라고 불릴
수 있는 3대 조건이 있었다.

조립 PC를 구입해 마이크로소프트의 MS-DOS대신 디지털리서치사가
만든 DR-DOS를,2벌식 자판이 아닌 3벌식 자판을 쓰는 사용자였다.

그만큼 용산등에서 만든 조립PC는 사용자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대기업제품보다 일반적으로 호환성이 뛰어나고 최신 기술을 재빨리
도입했으며 가격또한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날이갈수록 대기업제품과 가격차이는 줄어들고 고객
지원서비스에 대한 불만은 늘고 있다.

용산을 떠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해마다 되풀이
되는 부품구입난부터 먼저 막아야 한다.

< 김승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