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소주의 마스코트는 두꺼비다.

일반인들이 가진 진로소주의 이미지는 토속생물인 두꺼비처럼 친근하고
서민적인 것이다.

그러나 거래처인 도매상이나 업소주인들에게 진로는 보수적이고 고압적인
기업으로 통한다.

진로직원들은 안하무인식이며 마켓팅도 모른다는 험담을 듣기 일쑤였다.

소주시장에서 오랫동안 누려온 독과점적인 지위가 진로의 기업문화 자체를
변화시킨 결과다.

물론 이런 일들은 진로가 소주를 파는 것이 아니라 선금받고 배당한다는
불평을 받던 시절의 옛이야기다.

진로그룹이 맥주시장에 새로 진출하고 경쟁사인 경월이 그린소주로
본거지격인 수도권시장을 파고들면서 진로는 1백80도 달라졌다는 평을
듣는다.

(주)진로는 그룹의 모기업으로서 진로그룹 전체의 자금원이며 주류부분의
핵심이다.

이때문에 그룹내에서 가장 보수적이란 비판을 듣던 진로 내부에서도
기업체질을 "보수"에서 "도전"으로 개선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당장 시급한게 영업정책의 변화다.

그린소주의 서울지역 점유율이 급증한 것은 도매상들이 진로의 고압적인
자세에 염증을 느끼고 등을 돌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실종됐던
마켓팅마인드를 되찾는게 급선무였다.

우선 경영진들이 영업현장을 직접 챙기기 시작했다.

사장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김선중 진로사장의 중요 일과중 하나가 거래처방문이다.

특별한 일이 없는한 김사장은 퇴근후 거래처사람을 만나 손수 판촉물을
돌리며 애로사항을 듣고 정보도 수집한다.

시간만 허락된다면 방문은 몇군데고 계속된다.

진로쿠어스맥주가 카스맥주를 내기 시작한 지난해 6월 이후는 거의 매일
그러다시피 하고 있다.

김사장의 영업은 소주에 한정되지 않는다.

동생뻘인 진로쿠어스맥주의 영업도 지원하며 임페리얼의 출시이후 자신을
되찾은 위스키판촉에도 적극적이다.

만나는 대상도 도매상같은 1차 거래선은 물론 식당이나 술집 등 광범위하다.

최근엔 최종소비자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이들에게 특히 중점을 두는
모습이다.

임원들도 담당 지역을 찾아 또는 연줄연줄로 알게된 사람들을 만나
진로제품을 애용해주십사 호소하는게 자연스러운 일과로 변했다.

영업조직도 보강되고 강화됐다.

종전에 총괄체제를 각지역담당 본부장제로 개편했다.

서울 수도권 및 특수영업(표영무이사) 영남권(김종혁이사) 강원.충남.호남권
(백용환이사) 등으로 권역을 나누고 담당임원을 둔 결과 지방영업이 대폭
강화됐다.

최근 진로의 경영진들은 사고와 연령이 젊어졌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내부적인 의식개혁과 적극적인 외부인사 영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김선중사장은 산업은행과 증권감독원 부원장보를 거친 금융통이다.

90년 그룹 기획조정실장으로 영입되며 진로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 비제조업출신으로 6개월도 버티지 못할 것이란 말을 듣던 그는 특유의
성실성으로 이를 극복해냈다.

김사장은 93년7월 진로사장으로 취임한 후 진로골드 임페리얼클래식
퍼스트클래스 등 다양한 신제품들을 계속 내놓았으며 현장중심의 경영으로
진로소주의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영업부문을 총괄하는 박래웅부사장은 진로공채인맥의 축이다.

생산이외의 부문에선 가장 오랫동안 진로에 근무했다.

소탈하고 텁텁한 성품으로 친화력이 많다는 평.

한상봉전무는 세계 최대의 소주공장인 진로이천공장장.

지난 63년 진로에 입사한 후 무려 31년을 진로에서 보낸 자타공인
술전문가이다.

현도공장장 홍의표상무는 서울공장 이천공장을 두루 거친 생산전문가이며
대우그룹을 거쳐 88년 진로에 입사한 한기선상무는 기획 마켓팅을 담당하고
있다.

한봉환상무는 입사이후 줄곧 경리파트에 근무한 경리통으로 재무팀을 이끌고
있다.

장진호그룹회장은 (주)진로의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정책결정은 여러사람들의 의견을 듣되 본인이 직접결단을
내린다.

요즘 진로 경영진은 창립 70주년(작년 10월)을 맞아 장그룹회장이 제시한
"국제화"에 부응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오는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의 주류브랜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단타전에는 강하지만 아직 장기적인 기획력은 부족하다는 진로의 경영진.

이들이 저돌적이고 상하관계가 끈끈하다는 장점을 가진 진로맨들을 어떻게
이끌고 어떤 비전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주류기업으로의 성장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