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신 < 대유증권 경제연구실장 >


선진국일수록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개인투자자보다는 기관투자가
쪽으로 치우쳐 소위 ''주식의 기관화 현상''이 크게 진전된 것을 알수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 경제발전에 따라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금융자산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며 경제발전과 함께 병행되는 금융혁신 내지는
자율화, 금리자유화및 금융규제완화 등 제도개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 있어서도 최근에는 조정장세로 인해 주춤거리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92년부터 기관화현상이 급격히 진행되어 기관투자가의 비중이 전체
주식거래에서 3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장세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기관투자가가 차지하는 거래비중이 40~50%선에 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증시의 경우 기관화 현상이 진척될 여지는 아직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 주식의 기관화는 기관투자가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투자종목 선정
으로 인해 투자기법의 선진화에 기여하고 주식시장이 과열되거나 침체되었을
때 반대의 포지션을 취함으로써 장세안정에 일조하는 역할을 한다.

또 기관 매수 매도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어느 정도나마 주가예측을 가능
하게 하고 해당기관의 경영방침에 따른 교체매매 등을 통해 주식시장의
활성화를 자극하는 등의 순기능을 지니고 있다.

물론 주식시장에서의 기관화 진전은 개인투자자의 입지를 약화시키는
역기능 또한 가지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거대한 자금력과 조직적인 정보력으로 장세를 주도해 나갈
수 있는데 반해 개인투자자들은 제한된 정보와 빈약한 자금력 등으로 인해
좋은 투자성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기관투자가들은 투자게임 출발선상에서부터 개인투자자 보다는
훨씬 앞자리에 서 있어 똑같이 출발해도 이긴다는 보장이 없는 마당에 개인
투자자가 이를 만회하여 앞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에 부치는 일이며
따라서 주식시장에 신규로 직접 참여하기 보다는 기관투자가에게 자금운용을
맡기는 간접투자방법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자꾸 몰리게 된다.

그동안 급속한 주식의 기관화 진행으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이 과식을 한
상태이기는 하나 앞으로도 기관화장세가 더욱 진전될 것은 자명한 이치여서
기관의 투자패턴 뿐만 아니라 그 변화에 대해서도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는 투자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