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심리학회장을 역임한 K클라크는 범세계적으로 폭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잔인성억제약"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먹일것을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싸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런 약의 개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것이기에 인간행동을 화학물질로 통제해 보겠다는
발상까지 나오는 것일까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한국에서도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각종 끔찍한 범죄를 보면 아주
못된 인간을 "짐승같다"고 하는것이 오히려 다른 동물을 모독하는
말처럼 들리기까지 한다.

루소의 표현을 빈다면 "고상한 야만인"이라고나 해야할지 모르겠다.

특히 인간의 못된 상상력이 모조리 끼어들어 있는 영화나 비디오등
폭력적 영상물을 대하면 그런 생각이 드는때가 더 많다.

미국과 벨기에 소년원 원생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다.

한 건물에서는 폭력영화를,다른 건물에서는 비폭력적인 영화를 보도록했다.

그뒤 일주일동안 관찰한 결과 폭력영화를 본 집단에서 신체적 언어적
공격이 현저하게 심했다.

로스 파크의 이런 조사결과는 폭력모방효과가 영화 한편만 보아도
일어날수 있는 것임을 알려준다.

또 8세때 TV폭력물을 많이 본 어린이가 19세의 청소년이 됐을 때도
더 공격적이었다는 연구결과는 폭력영상물이 공격적 행동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 주고있다.

성인들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데이비드 필립스의 연구에 따르면 무하마드 알리와 조 프레이저의
헤비급 타이틀전이 방송된뒤 며칠동안 미국에서는 살인사건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폭력영상물을 보는 것이 카타르시스작용을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미 설득력을 잃은지 오래고 오히려 폭력적 행도을 자극한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다.

살인마를 우상화 시켰다고 해서 미국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영화 "내추럴 본 킬러"(타고난,살인자)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수입심의를
통과해 3월초 개봉된다는 소식이다.

공윤에서는 "악마성을 고발한 영화"라는데 의미를 두었다고 한다.

그러나 심리학자들의 연구결과는 한결같이 어떤 상황이든 영상폭력물을
많이 보면 공격적행동이 증가하며 폭력행위에도 둔감해 진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는것을 보면 "악마성의 고발"이란 의미부여는 근거를 잃고만다.

근래에 공윤이 폭력영상물 심의에 그렇게 관대해진 이유가 무엇인지
아리송하다.

CATV방영이 코앞에 닥쳐온 탓은 아닐지 궁금하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