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난 16일 등소평의 측근인 주관오수도강철총공사(수강)의 당서기겸
이사장을 해임한데 이어 다음날 그의 아들인 주북방을 부패혐의로 구속하는
전격 조치를 취했다.

중국정부의 발표는 수강의 홍콩내 투자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그의 장남이
33억원(약3천억원)대의 사기사건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이 조치로 발칵 뒤집힌 것은 홍콩.

이날 증시에서 주북방이 책임지고 있는 홍콩의 계열기업인 수장국제,
수장과기유한공사, 해성집단등 5개회사의 주식이 폭락했으며 이로인해
항셍지수도 4.8%가 곤두박질치는 이변을 나타냈다.

물론 그 다음날 지수는 다소간 회복되는 현상을 보였으나 이 조치가
홍콩경제계에 준 충격은 매우 컸다.

충격의 강도가 가장 큰것은 대륙과 끈을 대고 있는 친중국기업들.

이들기업은 오는 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는 현실을 감안, 대륙의
실력자들의 친족들과 적어도 한기업에 한두명씩은 밀접한 관계를 맺어
왔었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분명 그런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임에 틀림없었다.

따라서 이들부자의 몰락에 대한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에 정통한 분석가들이 내놓는 견해는 대체로 세가지로 갈라진다.

우선 중국정부가 보다 강력한 부패척결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는 견해다.

수강은 국영기업의 대표적 성공사례로서 등소평의 개혁정책의 상징이었다.

또 그런만큼 수강은 정부로 부터 세제금융면에서 각종 특혜를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수강의 성공에 비례해 이를 둘러싼 주부자의 부패도 심화됐으며
이젠 중국정부도 더이상 이를 용납할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것이다.

어제의 개혁상징이 오늘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므로 과감히 제거했다는
견해다.

두번째는 등소평의 후계자로 부상한 강택민이 등주변의 세력들에게 경고음
을 발하기 위한 정치적 희생양으로 수강을 택했다는 견해다.

이같은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은 "현재 중국에는 얼마나 많은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있는데 왜 하필이면 수강이냐"는 지적이다.

이는 아직 후계자로서 강력한 지위를 차지하지 못한 강택민이 등과 그의
친족을 둘러싸고 권력을 행사해온 세력들에게 힘을 과시한 측면으로
풀이하는 것이다.

이들부자와 등의 관계는 지난92년5월 등이 수강을 방문해 특별한 관심을
표시할 정도였으며 등의 둘째아들 등질방은 주의 아들이 이사장으로 있는
수강의 홍콩투자기업인 수장사방유한공사의 총재직을 맡고 있을 정도로
밀착돼 있는게 사실이다.

강택민은 이들을 처벌함으로써 차기실력자로서 자신의 개혁의지를 대내외에
분명히 천명해둘 필요도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등주변의 인물들은 불과 몇년사이에 갑자기 굵직굵직한 기업의
대표로서, 또는 내로라하는 홍콩기업의 주요임원으로 등장하는 사례가
많았다.

또 이들중 대부분은 좋은 외제차에 하루저녁에 천문학적 돈을 술값으로
날리는등 호화롭고 방탕한 생활에 빠져있어 국민들사이에 질시의 대상이
돼왔다.

세번째는 이를 권력투쟁의 서막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이는 이들 부자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인민일보가
수강을 성공적 기업으로서 대대적으로 보도한데서 찾고 있다.

다시말해서 급진적인 개혁에 불만을 표시해온 보수세력들이 등의 건강악화
로 인한 권력공백을 이용, 갑자기 개혁의 선봉격인 수강의 대표를 해임했다
는 것이다.

이에대해 개혁파는 여전히 이회사가 개방경제의 상징이라며 거듭 옹호하는
쪽으로 되받아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번 조치의 배경은 중국정부의 단호한 부패척결의지인지, 아니면
등사후를 대비한 권력투쟁의 서막인지 아직 분명치않다.

그러나 중국정권내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 김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