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료 조정시기를 8월로 단일화한 재경원의 이번조치는 보험사의
거센 반발을 감수하더라도 물가안정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자보수지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 보험인수지침을
대폭 강화할수 밖에 없어 초보운전등 사고위험이 높은 차량의 보험가입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지는등 적지않은 부작용이 일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경원도 자동차보험으로 보험사가 안고 있는 누적적자가 2조3천억원에
달하는등 경영상 위기에 직면해 있는등 요율인상의 불가피함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올해에는 4월부터 2단계 가격자유화가 시행되고 8월에는 책임보험
보상한도확대에 따른 보험료조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등 연간 두차례의
보험료조정이 예정돼 있어 보험료조정시기를 단일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입자의 부담이나 보험수지의 건전화를 유도한다는 측면을 함께 고려
할수 밖에 없다는게 당국의 입장이다.

이같은 여건을 감안해 정책의 일관성문제가 제기될수 있는 2단계
자유화조치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요율조정방침을 정했다는 것이다.

재경원은 또 종합적인 보험료조정이전에도 보험사의 내부경영 합리화를
꾀하고 교통사고 감소대책을 강구하는등 인상요인을 최소화할수 있도록
업계의 사전노력을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4월부터 약20%의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요구해온 보험사들은
보험료조정시기연기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 이번연기로 4월인상시보다 보험료수입이 무려 2천3백억원가량
줄어 95사업연도 경영수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당초 보험료인상시기를 늦추면 불량물건에 대해 계약
인수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강경입장을 일단 철회했다.

그러나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자동차보험의 인수지침은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동아 국제등 일부보험사들은 이미 손해율이 높은 지역의 점포를
철수하고 수수료를 대폭 삭감하는등 영업일선에선 자보영업을 사실상
중단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 사고경력차량이나 초보운전등 위험이 높은 물건의
보험가입은 훨씬 어려워지는등 가격구조 왜곡에 따른 부작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보험사가 단독인수를 거부해 업계 공동관리로 넘어간 불량물건이
작년말현재 총1백32만3천8백91대로 전체가입차량의 22.7%를 점하고
있다.

10대중 3대가 불량물건이라는 점은 현재 자동차보험시장이 비정상적인
상태임을 그대로 반영해주는 대목이기도하다.

경영합리화를 위한 업계의 사전노력을 촉구하는 대목에 대해서도
업계는 동의하지 않는다.

회사의 기본운영비용인 사업비(보험료의 25%)가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은 수치에다 보험가격구조의 왜곡으로 인한 누적적자로
보상서비스를 강화하고 사고방지대책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도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본보험료 인상문제와는 달리 2단계 가격자유화
조치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저연령층에 대한 보험료할증문제는 물가문제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며 "이번조치는 자보료 가격구조를 현실화에
대한 당국의 무소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동차보험을 보는 업계의 시각은 이제 보험료를 과연 현실화시켜줄
것인가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91년 자동차보험료가 9.4% 인상된 이후에도 물가를 앞세워 "보험료
인상불가"방침을 고수해온 당국의 입장이 이번에도 그대로 되풀이된
탓이다.

"오는6월 지방자치단체장관련 선거가 끝난 뒤 일반국민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자동차보험료를 과연 올릴 수 있겠는가"는 한관계자의
반문에서 경제논리가 정치논리에 밀려 가격구조가 왜곡된 자보시장의
현주소를 잘 말해주고 있다.

<송재조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