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그룹은 90년대초부터 급부상, 재계의 "다크호스"로 주목 받아온 신흥
기업군.

조선대 총장을 지낸 박철웅명예회장(84)이 지난 62년 설립한 고려시멘트가
모태가 됐다.

덕산은 지난86년부터 박명예회장의 차남인 박성섭회장(47)이 경영을 맡고
있다.

그러나 고려시멘트는 덕산그룹에서 분리돼 동생(5남)인 박성현사장(38)이
PC통신 서비스회사인 나우콤등과 함께 독립경영중이다.

이들의 뒤에선 박명예회장의 부인인 정애리시씨(71)가 경영자문과 자금
조달등 "보이지 않는" 경영권을 발휘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덕산의 주력업종은 시멘트와 건설 철도차량 유통등이다.

계열사 수는 현재 24개로 작년 총매출액이 7천6백억원(추정치)에 달한다.

덕산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는 다른 신흥그룹들과 달리 제조업이 근간
이란 점이 특징.

그러나 작년말부터 금융과 건설 유통등 비제조업 쪽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는게 업계의 정설이다.

특히 작년말과 올초 각각 무등건설과 충북투금을 잇달아 인수했던게 연쇄
부도의 화근이었다고 그룹관계자는 밝혔다.

충북투금의 경우 자기자본이 2백억원에 부실채권규모가 6백억원대로 업계
에선 이미 "껍데기만 남은 회사"로 평가됐던 회사이다.

게다가 그룹 자금운영을 단자사 중심으로 해왔고 최근엔 자산의 상당부분인
부동산마저 매매가 안됐던게 덕산의 도미노 부도를 부채질 했을 것이라고
업계관계자들은 말한다.

덕산의 총부채액은 7천억원.

예금잔액을 제외한 순부채액만도 5천5백억원에 달한다.

이중 2천8백억원정도를 고려시멘트가 지급보증해줘 덕산의 자금난이 고려
시멘트의 위기로 확산된 것이다.

덕산은 이같이 부실한 재무구조에도 불구, 지난 22일엔 "일간 오늘"이란
신문을 창간하는등 계속 무리수를 둬왔다.

결국 비제조업으로의 방만한 사업확장이 그룹 전체를 뒤흔들어 놓은
셈이다.

경기고 서울법대 출신인 박회장은 최근까지도 철강 유통 금융등에 오는
2000년까지 총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의욕적인" 경영다각화 전략을 발표
하기도 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