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삼성그룹회장은 지난23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세계화및
자동차 전략회의에서 자동차 반도체와 함께 앞으로 "사회경영"에 전념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말이 나온지 닷새도 안된 27일 삼성전자의 김광호부회장은 긴급기자회견
을 자청했다.

회견내용은 4백여만명의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이웃돕기 프로그램을 시작
한다는 것으로 이회장의 "사회경영"과 맥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복합화 질경영등 새로운 개념을 경영에 도입해 재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고 있는 이회장.

그가 내세우고 있는 사회경영의 개념은 또 무엇인가.

삼성은 사회경영(그룹내에서는 사회공헌활동으로 부른다)을 "해서 좋고,
지역사회에 유익하고, 사업에 유리한 것"으로 정의한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내부경영에만 신경을 썼으나 이제는 사회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지요. 더불어 같이 사는 사회를 만들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기업의 책무가 되고 있습니다"

삼성비서실 전략홍보팀 민경춘이사는 삼성이 사회공헌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사업 자체가 시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한 기업이 영속될수 없다는 전제
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90년대 들어 일본능률협회에서 주창한 "시민주의 경영"과 같은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수 있다.

그때 일본 기업들은 삼성전자처럼 매출액의 일정률을 사회에 환원했었다.

예컨대 도시바 같은 기업은 새 슬로건을 "인간과 지구의 내일을 위해서"로
정하고 해외법인에서까지 매출액의 일부(0.03%)를 지역활동에 쓰도록
했었다.

삼성전자가 11조 매출에서 2백30억원을 이같은 방법으로 지역사회에 활용
하겠다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기업비즈니스가 정부의 인허가보다는 지역사회의 승인이 더 필요해지는
"지중화"시대가 오면서 사회경영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다.

또다른 전제는 삼성만으로는 국제경쟁력이 강해질수 없다는 것도 사회경영
의 출발점이다.

세계화시대에는 기술 격차는 거의 없어진다.

소니만이 만들수 있던 캠코더를 이제는 삼성도 만들어 거의 같은 대우를
받는다.

하지만 제품의 질이 같아지면 그나라의 국민수준 문화등 외적요인이 구매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

기업과 함께 사회도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이다.

삼성전자가 직접 기탁을 통해 받을수 있는 세제혜택을 포기하고 고객을
끌어들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적어도 4백만명을 이 운동에 참여시키고 사회전반의 운동으로 확산시켜
보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은 특히 일본의 기업이 랬던 것처럼 해외현지법인에서도 매출액의
일정률을 해당지역사회에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앞으로 해나갈 사회경영을 4가지로 구분해 놓고 있다.

사회복지분야와 교육학술지원 문화.예술.스포츠 사회발전및 환경보호가
그것이다.

이는 국가와 사회비영리단체 영리법인등이 균형적인 협조체제를 갖출때
결과가 크다.

그러나 현재 정부와 사회단체보다 기업의 여건이 지금은 낫다.

따라서 삼성같은 대기업이 우선 나서고 정부의 관심을 갖도록 여론을 조성
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사회경영에는 일정 부분의 자금지원이 기본이다.

그러나 삼성은 여기에 임직원의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무보수" 자원봉사를
추가했다.

과거 사회봉사활동을 돈으로 해결해 오던 것과는 다르다.

따라서 삼성은 지난해9월부터 모든 교육프로그램에 사회봉사활동과정을
마련했다.

자발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활성화를 위해 당분간 인센티브제도도
도입키로 했다.

승급에 일정기간동안의 봉사활동을 요구하고 봉사활동기간을 유급휴가로
내주는등의 방법도 활용키로 했다.

사회경영은 삼성이 지난2년간 펼쳐온 신경영의 연장이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종업원들의 질을 높이고 품질을 향상시켜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 올라선다는 것이 사회경영의 목표와 같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오는3월말까지 세부계획을 마련해 본격적인 "사회경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강한 회사"와 함께 "좋은 회사"의 이미지를 쌓겠다는 생각이다.

<김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