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의 일류"라는 말이 이즈음 사회를 사로잡고 있다.

일류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지만 "강함"과 "좋음"이 모여 "일류"가 된다는
해석에 수긍이 간다.

우리 도시들은 무엇이 강한가.

도시들 각각 다른 대답이 필요하다.

인구 1천만명을 헤아리는 수도 서울은 명실공히 그 기능의 강함이 세계적
으로 드높아야 할 터이고, 작은 도시들은 그 규모보다 특성에서 강함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 도시들은 어디가 어떻게 좋은가.

여기에는 공통적인 대답이 있을 법하다.

걷고싶은 도시, 살고싶은 도시, 어딘지 애착이 가는 도시, 매력있는 도시
등등.

사람이 사는 도시인 바에야 사람의 감각과 감성에 어필하는 좋은 대목은
공유되게 마련이다.

거대한 세계도시들은 강하고도 좋다.

마천루도시 뉴욕, 물의 도시 홍콩, 동아시아의 세계도시 도쿄, 청정도시
싱가폴, 파리, 런던등 세계의 흐름을 주도하는 도시들은 영락없이 걷기에
좋고 그 매력때문에 또 찾고 싶은 도시들이기도 하다.

작은 도시들은 좋고 또 강하다는 점에서 가히 세계적이다.

그 누가 이태리의 베니스와 플로렌스, 일본의 교토, 중국의 항주나 소주를
감히 작다고 할까.

아름다움으로 유명하여 문화관광사업에 뛰어나고, 세계적으로 특이한 산업
을 가지고 있는 도시들이니 말이다.

작고도 큰 도시들임에 분명하다.

강함과 좋음을 갖춘 우리의 일류 세계도시는, 아직은 갈 길이 멀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할일이 많다.

세계화는 곧 지방화인 지구촌시대, 정보통신으로 긴밀하게 네트워크를
이루는 21세기에 얼마만큼 특징있고 다양한 일류도시를 많이 갖느냐는
곧 그나라의 세계화와 통한다.

무엇으로 강함을, 또 어떤 좋음을 우리의 도시에 심고 가꿀 것인가.

강함을 위해 비젼을, 좋음을 위해 상식을 찾을 때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일자).